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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 84㎡ 2억5000만원 임대…‘경기도 실험’ 열쇠는 돈·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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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호 04면

‘소셜믹스’의 명암 

정부 주택 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공공임대 활성화다. 구체적으로는 기본주택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등이 새로운 임대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의 기본주택은 중산층도 관심을 가질만한 교통 요지에 국민주택 규모의 공공임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내놓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도 ‘임대 후 분양’ 형태에 가깝다. 정부는 고급 공공임대 공급이 활성화되면 공공임대에 대한 삐뚤어진 시각이 바뀌게되고, 분양과 공공임대가 공존하는 ‘소셜믹스’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장 30년 거주 ‘기본주택’ 구상 #정부에 용적률 500% 상향 등 SOS #“지을수록 적자, GH에 빚 쌓일 것”

공공임대 활성화 대책은 경기도가 먼저 내놓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1일 역세권 등 가장 좋은 지역에 무주택자 누구나 최장 30년간 살 수 있는 기본주택을 짓겠다고 밝혔다.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도록 전용면적 84㎡까지 공급한다.

문제는 충분한 기본주택을 공급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경기도는 원가를 보전할 수 있는 수준의 임대료를 받으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집값 상승의 핵심 원인을 ‘공기업의 땅장사’에서 찾았다. 공기업이 조성한 땅과 주택을 민간에 비싸게 팔면서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 분양을 하지 않고 공공임대를 직접 지어 공급하면 된다는 것이 경기도의 기본주택 해법이다. 이현욱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50~60% 정도로 책정하고 월 임대료의 50~100배 정도의 보증금을 받을 경우 최소한의 원가를 보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GH의 자체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임대주택용지 조성원가를 3.3㎡당 2000만원, 동일주택형 1000가구 단지를 기준으로 월 임대료는 59㎡ 48만5000원, 84㎡ 63만4000원 수준이 된다. 84㎡ 기준으로 보증금 6340만원, 전월세전환율 4%를 적용하면 전세가는 2억5000만원인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계산은 다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3.3㎡당 2000만원의 땅에 용적률 500%로 전용면적 84㎡인 아파트를 지을 경우 최소한 땅값 1억원(한채당 17㎡), 건축비 2억원(표준건축비 3.3㎡당 650만원)은 든다”며 “감가상각을 감안하지 않는다해도 기본주택은 지을수록 적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액은 결국 GH의 부채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기본주택 공급을 위해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하는 공공택지를 원가에 제공하고, 핵심지역 역세권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고, 주택도시기금 융자이율을 1%로 인하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실제로 LH가 공공임대를 지을 때마다 적자가 나고 있다. 한 채 당 국민임대는 1억2500만원, 행복주택 8800만원, 영구임대 2700만원의 부채가 쌓이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업체에 팔아 얻은 수익으로 연 1조원에 달하는 임대사업 적자를 보전한다”며 “조성 원가에 넘기라는 것은 그만큼 LH가 빚으로 떠안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1% 채권 발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창우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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