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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믹스’ 성공, 중산층 선호하는 임대주택이 열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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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호 01면

22번의 헛발질을 8·4 주택 공급 대책으로 만회하려던 정부와 여당의 계획이 암초에 부딪혔다. 공급 물량의 상당수가 공공임대주택인데, 여당 소속 국회의원·자치단체장이 앞 다퉈 반기를 들었다. 내 지역(구)에 공공임대를 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8·4 대책의 목표 물량 13만2000가구 중 37.8%에 이르는 공공재건축도 공공임대 때문에 하려는 곳이 드물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이재성 소유자협의회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공공임대와 조합원 간 갈등을 정부에서 치유해주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대책이 없다. 이 사이 집값은 또 뛰었고(10일 기준 서울 0.02%, 수도권 0.09%), 정부 여당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이런 마당에 더불어민주당은 14일 “부동산 정책 방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임대는 사회 취약계층이나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고, 공공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을 위해서라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전문가들은 2003년 도입한 소셜믹스(Social Mix)를 확대해 공공임대 님비(NIMBY) 현상을 줄이자고 제안한다. 분양주택과 공공임대를 층·향·동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섞고, 임대주택의 크기와 품질도 분양주택과 똑같이 하자는 주장이다. 중산층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지어야 공공임대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를 지속적으로 늘려 ‘누구나 사는 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북유럽 주요 나라에선 대학 때나 사회 초년생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공공임대에 산다”며 “적지 않은 세금이 들고 어려움이 있지만 서민이나 집값 급등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을 위해 공공임대를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 확대를 위해 정치 쟁점화를 경계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욱 세종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공공임대 정책 자체가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정치권에서 쟁점화하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공공임대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공공임대 인·허가권을 지역주민 눈치를 봐야 하는 시·군·구에 두지 말고 도나 중앙정부에 두자”고 제안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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