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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전력판매량 역대 최대 감소…교육·산업용 특히 급감

중앙일보

입력

올해 상반기 전력판매량이 역대 최대폭으로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생산 활동이 위축되면서 전기 사용이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국제 유가 하락으로 한국전력의 실적은 개선됐다.

상반기 전력판매량 2.9%↓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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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은 상반기 전력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2.9% 줄었다고 13일 밝혔다.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폭 감소다. 통상 전기 사용량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조금이라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한전 측이 “이렇게 줄어든 것은 우리도 처음 본다”고 할 정도로 이례적인 감소다.

1분기보다 2분기가 더 감소

올해 상반기 전력판매량이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교육·산업용 전력판매량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한국전력

올해 상반기 전력판매량이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교육·산업용 전력판매량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한국전력

특히 상반기 교육용 전력판매량(-16.2%)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가장 많이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개강이 연기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산업용 전력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다. 수출 감소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줄어든 탓이다.

분기별로 보면 2분기 산업용 전력판매량(-7.5%)이 1분기 판매량(-2.3%)보다 더 많이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침체가 1~3월보다 4~6월에 더 심각했기 때문이다. 5월 제조업 평균가동률(63.6%)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1월(62.8%)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저였다.

반면 상반기 주택용 전력판매량(5.2%)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서 크게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택 전기사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저유가에 한전은 흑자 전환

한전 실적은 오히려 좋아졌다. 한전은 이날 상반기 영업이익이 8204억원(연결 기준)이라고 공시했다. 지난해 상반기는 9285억원 적자였다. 전력 판매 감소로 매출액(28조1657억원)은 지난해보다 1537억원이 줄었지만,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익률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저유가로 한전의 발전 자회사 연료비와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가 2조5637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하락(79.3→77.6%)했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관심

저유가로 연료비가 낮아지면서, 한전이 하반기에 추진할 전기요금 개편도 힘을 받게 됐다. 한전은 지난 6월 "코로나19 확산 및 유가 변동성 확대 등 변화한 여건을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개편안을 마련해 2020년 하반기 중 정부 인가를 받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의 이용자 부담원칙을 분명히 해 원가 이하인 전력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종갑 한전 회장은 지난 2018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연히 두부값은 콩값보다 비싸야 한다"며 현재 전기요금체제를 비판 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 페이북 캡처

김종갑 한전 회장은 지난 2018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연히 두부값은 콩값보다 비싸야 한다"며 현재 전기요금체제를 비판 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 페이북 캡처

개편안의 핵심은 연료비 연동제 도입이다. 국제 유가 등 연료 가격에 따라 전기료를 올리거나 낮추겠다는 얘기다. 지금은 한번 정한 요금을 바꾸기가 어려워 수지가 맞지 않아도 한전이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저유가면 흑자를 내지만, 유가가 오르면 적자를 보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료비 연동제를 하면 국제 유가에 따라 어떤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을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 고유가로 부담이 커진 기업이나 가계는 전기 요금까지 더 내야 하는 이중고에 겪을 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연동제 도입에 선뜻 찬성하지 못하는 이유다. 다만 저유가 국면이 하반기까지 지속하면 연동제 도입으로 전기료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어 도입 찬성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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