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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막은 한 마디 “집회의 새로운 대안 만들겠다”

중앙일보

입력

국회 앞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명환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미소짓고 있다. [뉴스1]

국회 앞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명환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미소짓고 있다. [뉴스1]

국회 앞 불법 집회를 주최하고 폭력 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명환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편안한 차림으로 법정에 선 김 전 위원장은 선고 후 홀가분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2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1심의 형량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이나 김 전 위원장이 일주일 이내 판결에 불복하지 않으면 집행유예가 확정된다.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5월과 지난해 3~4월까지 민주노총이 국회 앞에서 연 네 차례 집회에서 경찰 차단벽을 파손한 후 국회 정문 쪽 담장을 넘고 경찰관을 폭행한 일부 조합원들의 불법 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위원장에 대한 1심 양형이 너무 가볍다며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위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가 집회 참가자들과 국회 담을 넘다가 체포됐고, 참가자들의 폭력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집회 참가자들이 폴리스라인을 무시하고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부상을 입게 됐으므로 집회 주관자인 김 전 위원장은 공범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1심이 그를 구속하지 않은 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6월 김 전 위원장은 같은 혐의로 구속됐으나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특히 2심 재판부는 김 전 위원장의 최후 진술을 그대로 인용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앞서 최후진술로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민주노총의 행사와 집회 과정에서 공권력 충돌로 부상을 입은 분들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할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민주노총 책임자로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는데 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재판장은 “최근 정착되고 있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집회 문화는 우리 국민의 상식이자 자부심이 되어 가고 있다”며 “현재는 위원장을 사임한 상태이기는 하나 당시 법정에서 한 최후 진술은 더욱 성숙해지고 있는 우리나라 집회 문화를 위해 작은 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자신이 먼저 제안한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가 도래하자 고용유지,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위한 협력 방안을 골자로 한 노사정 합의안이 도출됐으나 민주노총 내 강경파는 김 위원장의 협약식 참석을 막았다. 지도부는 합의안 찬반에 대한 표결을 부쳤으나 과반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김 전 위원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총,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는 민주노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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