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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밑자락""멸문지화"…조범동 판결뒤 조국 발언 세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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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사모펀드 권력유착 혐의에 "증거가 없다"는 5촌 조카의 1심 판결이 결정적이었을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과 언론에 강도 높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판결 전과 달리 발언의 강도나 자신감도 한층 더해진 모양새다.

조 전 장관은 최근 페이스북에 검찰이 "가족들의 멸문지화(滅門之禍)를 꾀했다"고 했고, 청와대의 울산시장 개입의혹 수사에 대해선 "(검찰이) 집권 여당의 총선패배 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이라 주장했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조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력히 반박한다. 조 전 장관과 검찰의 논박 등을 4가지 쟁점으로 나눠 따져봤다.

①조범동의 1심 판결이 조국을 변하게 했나 

조 전 장관은 자신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1심 판결이 나온 6월 30일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사모펀드 의혹 관련 언론 정정보도 청구도 이후부터 시작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던 모습.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조씨의 1심 재판에서 조국 부부를 정치권력이라 지칭하며 조씨가 조국 부부와의 '검은 유착'을 통해 상호 윈윈을 추구한 권력형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권력형 범행이라는 증거가 제출되지는 않았다"며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조씨의 단독범행만 인정했다.

조 전 장관 측 입장에선 2·3심 판단이 남아있지만 검찰과 언론이 제기한 '권력형 사모펀드 범죄' 혐의에선 일단 벗어나게 된 셈이다. 조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는 조범동 재판부와는 다른 재판부에서 각각 사모펀드 혐의를 판단 받는다. 그럼에도 현직 부장판사는 "조범동 재판부 판단과 조국 부부의 재판부가 완전히 다른 판단을 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씨의 1심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한 상태다.

지난해 9월 검찰 관계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서 압수물품 상자를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검찰 관계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서 압수물품 상자를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②조국 일가 수사는 과도했나

법원의 사모펀드 관련 판단이 중요한 이유는 조 전 장관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강한 의심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국민들을 공분케한 것은 조 전 장관 자녀들의 입시비리 의혹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입시비리 의혹보다 사모펀드 의혹에 초점을 맞췄다. 입시비리는 개인 범죄지만 사모펀드 비리는 권력형 범죄였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와 현재 복수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이 밝힌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이유를 대화체로 정리해봤다.

조국 수사 개시에 대한 수사팀 설명

Q=왜 수사를 개시했나 
A=사모펀드 비리 혐의가 보도됐을 때 놀라웠다. 조 전 장관은 블라인드라 주장했지만 블라인드가 될 수 없는 펀드였다. 검사라면 열어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Q=청문회 전 수사로 대통령 인사권을 흔든다는 비판을 받았다
A=그런 지적을 피하려면 장관 임명 후에 해야 한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수사 결과를 국민이 안 믿는다. 수사는 늦으면 부실 수사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당시 서울중앙지검에서 신속히 수사하지 않았고 결국 특검까지 갔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특수부에서 시작한 이유다.

Q=조국 전 장관은 멸문지화란 표현을 쓰며 수사가 과도했다고 한다
A=적폐청산 수사 잣대로 똑같이 했다. 신속히 끝내야 하는 수사였다. 현직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였고, 그 공직의 무게를 생각했다면 투입될 수 있는 수사력이었다고 본다.

※당시 수사에 관여한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이 밝힌 이유를 대화체로 정리

지난해 대검 국정감사에서 조상준(맨 오른쪽) 당시 형사부장이 한동훈 반부패부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대검 국정감사에서 조상준(맨 오른쪽) 당시 형사부장이 한동훈 반부패부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권력형 범죄의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는 조범동의 1심 판결이 나오니 검찰은 힘이 빠지고 조 전 장관에겐 힘이 실렸다.

애초 조국 일가 수사에 비판적인 검사들은 "사모펀드 범죄가 아니라면 그때처럼 중앙지검의 모든 특수부가 투입될 사건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검찰이 무리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현직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라면 전 특수부가 동원될 수 있는 사안"이라 말했다.

③조국 일가 재판은 조국 측에 유리하기만 한가 

조국 일가 재판이 모두 조 전 장관 측에 유리하게만 흘러가고 있진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에게 적용된 입시비리 혐의다. 정 교수는 표창장 위조 등과 관련해 모든 입시비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수사팀에선 "입시비리는 증거가 정말 차고 넘친다"고 했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며 '위법수집증거배제'를 주장한다. 조 전 장관은 인사 청문회 전후로 자녀들 인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하지만 재판에선 조 전 장관이 자녀 입시를 꼼꼼히 챙겼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부부와 조범동, 그리고 조 전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를 맡았던 김경록씨에게 적용된 증거인멸 혐의도 조 전 장관에겐 아직 넘어야 할 산이다.

김씨는 지난 6월 1심 재판에서 정 교수의 부탁을 받고 정 교수 연구실 PC와 자택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숨긴 혐의가 모두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대담한 범행을 통해 국가형벌권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조국 부부가 김씨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기소한 상태다. 조범동 재판부에서도 사모펀드 증거인멸 범행의 경우 조씨와 정 교수를 공범이라 판단했다.

지난 1월 30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울산시장 선거수사 관련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30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울산시장 선거수사 관련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④檢의 울산시장 선거가 文대통령 탄핵 노렸나 

조 전 장관은 울산시장 선거수사 공소장에 문재인 대통령이 35회나 언급된다며 "(검찰이) 집권여당의 총선 패배 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이라 주장했다. 여권에선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 수사를 묵혀두다 총선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으로 재배당해 대대적인 수사를 한 의도를 의심한다.

하지만 수사팀 관계자들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안맞는다"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이 언급한 공소장에 나온 대통령의 경우 대부분 '대통령 비서실''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비서관은'과 같이 직제 때문에 포함됐다고 했다. 한 수사팀 인사는 "공소장에 대통령이 주어인 문장은 단 하나도 없다. 대통령은 피의자도 아니다"고 말했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사진)은 울산시장 선거수사의 핵심 피고인으로 불린다. 청와대와 관련된 많은 진술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사진은 지난 5월 유재수 감찰무마 재판에 출석하던 모습. [뉴스1]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사진)은 울산시장 선거수사의 핵심 피고인으로 불린다. 청와대와 관련된 많은 진술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사진은 지난 5월 유재수 감찰무마 재판에 출석하던 모습. [뉴스1]

이 사건이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재배당된 이유에 대해서도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진술이 나오기 시작하며 재배당한 것"이라 했다. 당시 이와 같은 진술을 한 피고인은 조 전 장관과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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