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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옥토버 서프라이즈' 없다…트럼프 "재선땐 北과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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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만약 우리가 대선에서 이기면 북한과 매우 빠르게 협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 정책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 해왔던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지만, 한편으로 오는 11월 미 대선 전 북·미 정상 간 깜짝 회동이 이뤄지는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 베드민스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 대선의 외부 세력 개입 가능성에 대해 답변하면서 갑자기 북한 문제를 꺼냈다. “러시아, 중국, 이란이나 북한이든 그들이 우편투표에서 사기를 치기는 훨씬 쉽다. 이것은 큰 문제“라면서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대선에서)이기면 이란과 협상을 빠르게 할 것이다. 북한과도 협상을 매우 빠르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화제를 북한으로 옮겨 “2016년 대선에서 내가 이기지 않았다면 미국은 북한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트럼프가 우리를 전쟁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은 정반대였다. 우리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할 수도 있었다. 매우 나쁜 전쟁”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오락가락 답변이었지만,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과 협상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대로 11월 대선 이후라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서 수세에 몰리면 시선을 돌리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또 한 번의 깜짝 북·미 회동을 시도하는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그러나 미 국내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고, 중국ㆍ러시아와의 갈등 등 국내외 현안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북·미 대화는 당분간 정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점점 우세해지고 있다. 미국의 선거 일정과 맞물려 내년 상반기까지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ㆍ미 외교 당국은 일단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수위를 최소화하는 상황 관리 모드로 접어들었다. 김정은 위원장도 최근 코로나19에 수해까지 더해져 내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혀 다른 의미의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국내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그것이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작년 말부터 제시한 ‘새로운 전략 무기’ 프레임을 아직 거둬들였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며 “8월 한·미 연합훈련 전후 등 대선 전 또 한차례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대선 이후 선거 결과를 놓고 미 국내적으로 불복 소송 등 혼란상이 빚어질 경우, 북한이 중대한 도발을 하더라도 미국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부터 우편투표의 불완전성을 제기하는 등 ‘대선 불복’의 밑자락을 깔고 있다.

16일 백악관에서 브리핑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지난달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로이터=연합뉴스]

16일 백악관에서 브리핑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지난달 대선후보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로이터=연합뉴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게 되더라도, 북한이 큰 양보를 하지 않는 이상 트럼프로서는 정치적 자본을 투입할 유인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트럼프든 조 바이든(민주당 대선 후보)이든 북한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서울=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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