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집이야기] '천국의 아이들'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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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과거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 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는 색다른 이란이 무대지만 우리의 1950~60년대를 뒤돌아보게 한다.

두 영화 모두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보는 세상이 그려진다. 좁은 골목길, 그 가운데로 흐르는 도랑물, 먼지 낀 두터운 흙벽 등 중동지역 전통의 동네와 집들이 잘 묘사돼 있다.

'천국의 아이들' 에는 셋집에 사는 한 가족이 나온다. 공동 수도와 작은 연못이 있는 마당을 가운데로 해 셋집들이 둘러 서 있다.

설거지도 빨래도 모두 이 수돗가에서 한다. 집 주인이 물을 많이 쓴다고 잔소리를 하거나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수프 한 그릇을 옆집에 보내는 장면은 사람 사는 인정이 다 비슷하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카펫을 깐 바닥에 앉고 자는 좌식생활을 하고, 밥 먹고 음식 만드는 것들이 모두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그야말로 단칸방 생활이다.

그러나 같은 이란에서도 부유층이 사는 지역은 고층빌딩과 서구식 주택, 잘 꾸며진 정원, 인터폰이 달린 대문 등 세계 어디서나 흔히 보는 현대도시의 모습이 비춰진다. 가난한 동네와는 딴 세상이다.

옆 동네에 사는 친구의 집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아이의 이야기가 거의 전부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에서는 이란의 시골 동네를 볼 수 있다. 마당에서 빨래해 빨래줄에 널고, 마당 한구석에 놓인 평상에 쪼그리고 앉아 숙제하는 등의 생활모습은 우리와 너무도 비슷하다.

그러나 좁은 골목을 끼고 두꺼운 흙벽으로 지어진 주택의 외관, 창이나 문에 사용되는 문양은 이란 특유의 문화다.

한편 두 영화 모두 좌식생활을 하는 실내가 나오는데,가난한 집에도 낡았지만 문양이 화려한 카펫이 깔려 있다. 이 카펫들에서 그 유명한 페르시아 양탄자의 유래를 읽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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