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해 난투극 알고보니 외국인 조폭간 다툼···"러 마피아도 연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경남 김해시 부원동에서 발생한 외국인 간의 집단 난투극은 러시아에서 온 고려인들이 조직 폭력 성격의 단체를 구성해 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20일 김해 부원동의 한 주차장에서 고려인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이기 직전의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지난 6월 20일 김해 부원동의 한 주차장에서 고려인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이기 직전의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특히 경찰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5개 나라에서 온 이들 고려인 중 일부는 러시아 마피아 세력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국내에서 이들이 번 돈이 러시아 쪽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계좌추적 등을 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기 안산파'에서 김해 한 당구장 보호비 요구 #거절하자 경기 안산파 '김해 동성동파'와 패싸움 #지나던 한 경찰관이 초기 대응해 큰 불상사 막아

 6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수도권에 본거지를 둔 전국구 조직 형태의 A그룹(가칭 경기 안산파) 소속 고려인 48명을 검거해 이 중 11명을 구속했다. 또 부산 경남을 근거로 모인 B그룹(가칭 김해 동성동 파) 소속 고려인 38명을 검거해 이 중 12명을 구속했다. B그룹에 소속된 또 다른 고려인 1명은 추적 중이다.

 이들은 지난 6월 20일 김해시 부원동의 한 주차장에서 집단으로 패싸움을 벌인 혐의(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그룹은 사건 발생 일주일 전쯤인 6월 13일 고려인들이 자주 모이는 주차장 인근 당구장에 찾아가 보호비 명목으로 수익의 20%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당구장에는 소규모 사설도박장도 있었다. 그러나 B그룹에 소속된 당구장 측에서 이를 거부했다. 이후 A그룹이 당구장을 습격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B그룹이 부산과 경남에 있는 B그룹 소속 고려인들에게 연락해 모이면서 양측의 폭행 사태로 이어졌다. 이들 고려인은 평일에는 주로 공장과 농장 등에서 일을 하고 주말과 휴일에 자주 모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관광비자나 취업비자로 국내에 들어왔고 귀화한 인원도 있다.

 실제 B그룹은 사건 발생 당일 주차장에서 700m 정도 떨어진 다른 공용주차장에 모여 야구방망이와 골프채 등의 흉기를 나눠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A그룹은 전화와 고려인들이 사용하는 채팅앱을 이용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고려인들을 불러모아 쇠파이프와 각목 등을 소지한 채 김해로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대형 폭력 사태로 이어질 뻔했던 이 날 충돌은 우연히 현장을 지나던 한 경찰관이 빠르게 개입하면서 큰 충돌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해 중앙지구대 소속 김남철 경사가 다른 사건을 처리하고 지구대로 돌아가다 외국인들이 집단으로 모여있는 것을 수상히 여겨 현장에 개입했고, 경찰이 나타나자 이들 고려인이 도망치면서 2명 정도만 다친 것이다.

김해 부원동 한 주차장에 B그룹 소속 고려인들이 차량으로 진입하는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김해 부원동 한 주차장에 B그룹 소속 고려인들이 차량으로 진입하는 모습. 사진 경남경찰청

 경찰은 이들 고려인이 집단 난투극을 벌인 것이 우발적이 아니라 조직 폭력 형태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해왔다. 그 결과 A그룹이 국내 취업 중인 자국민을 대상으로 임금의 일부를 보호비 명목으로 갈취하거나 자국민이 운영하는 업소의 수입금 일부를 상납받아왔다는 일부 진술을 확보했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고려인들이 어디서 사설도박장 등 업소를 운영하는지, 이들 업소 중 몇 곳이나 A그룹 등에 보호비 명목의 갈취를 당했는지, 취업 후 보호비 등을 상납한 다른 고려인이 있는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 A그룹에 소속된 고려인 중 2명이 러시아 마피아와 연관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번에 검거된 A그룹 지휘그룹 쪽의 계좌 등을 추적하고 있다. 이번에 검거된 고려인 중 폭력 전과가 있는 인원은 7~8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간에 조직성 단체를 구성해 집단 난투극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들 단체가 실제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에 검거된 고려인뿐 아니라 다른 고려인들도 자국의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수사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