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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딩파크 벤치엔 소방관 세일러의 ‘전 홀서 이글’ 전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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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오비드 세일러를 기념하는 하딩파크 골프장 연습 그린 옆 벤치. 소방관이었던 그는 이 골프장 모든 홀에서 이글을 했다. [사진 PGA투어]

오비드 세일러를 기념하는 하딩파크 골프장 연습 그린 옆 벤치. 소방관이었던 그는 이 골프장 모든 홀에서 이글을 했다. [사진 PGA투어]

PGA 챔피언십이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TPC 하딩파크에서 열린다. 이 곳  연습그린 옆에는 벤치가 두 개 있다. 오비드 세일러라는 아마추어 골퍼를 기념하는 벤치인데, 그중 하나에 전설 같은 이야기 담겨 있다. 하딩파크의 모든 홀에서 이글을 했다는 거다. 한 라운드에서는 아니고 수백 번의 라운드에서다.

오늘 개막 PGA 챔피언십 코스 #연습 그린 옆에 기념으로 벤치 설치

세일러는 1912년생으로 벤 호건, 바이런 넬슨, 샘 스니드와 동갑이다. 그는 프로골퍼 대신 소방관이 됐고, 골프는 아마추어로서 즐겼다. 하딩파크는 시영 퍼블릭 골프장이다. 경찰관·소방관은 할인해줘 세일러가 많이 이용했다. 세일러는 클럽 챔피언십에서 네 차례 우승했다. 1942년이 처음이었고, 마지막은 56세였던 1967년이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아마추어 챔피언이었고, US 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에서 4강에 들었다.

세일러는 하딩파크의 파 3홀에서는 모두 홀인원을 했다. 더 놀라운 건 10개의 파 4홀에서 모두 샷 이글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사정을 고려할 때 4개의 파 5홀에서 모두 이글을 한 건 놀랍지도 않다. PGA 투어에서 14승을 했고 하딩파크를 홈 코스로 쓴 켄 벤투리는 “세일러가 공을 아주 똑바로 쳤기 때문에 그를 이기기 쉽지 않았다. 그는 또 경기 속도가 매우 빨랐고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세일러는 골프장에 오면 꼭 호수에 가서 물에 빠진 공을 주워 아이들에게 나눠줬다”고 기억했다.

1991년 세일러는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남았다. 북캘리포니아 소방관 골프대회 우승컵 이름은 오비드 세일러 트로피다. 그의 골프 실력뿐 아니라 이타적인 마음을 기념해 만들었다.

PGA 챔피언십은 2020년 열리는 남자 골프 첫 메이저대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탓에 디 오픈 챔피언십은 취소됐고, US오픈이 9월, 마스터스가 11월에 열린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다. 지난달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출전해 공동 40위에 그쳤다. 대회지인 샌프란시스코는 날씨가 쌀쌀할 것으로 예보됐다. 날 궂으면 허리가 쑤시는 우즈에게는 악영향이다. 우즈는 연습라운드에 넥워머를 하고 나왔다.

최근 WGC 페덱스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세계 및 페덱스 랭킹 모두 1위에 오른 저스틴 토마스(미국)가 유력한 우승 후보다. 무릎 부상으로 잠잠했던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미국)도 상승세다. 켑카가 우승하면 PGA 챔피언십 3연패다. 한국에서는 신예 김주형을 비롯해 임성재, 안병훈, 강성훈, 김시우 등이 참가한다. 프란체스코 몰리나리 등 14명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한다. 2009년 우승자 양용은도 출전권이 있지만, 국내 대회(KPGA 선수권)에 참가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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