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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도 수능 본다는데…교사들 "누가 방호복 입고 감독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가 실시된 대구 수성구 수성동 남산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배부받은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가 실시된 대구 수성구 수성동 남산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배부받은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원래도 수능 감독 하루종일 하고 나면 몸살이 날 지경인데, 방호복 입고 확진자를 감독해야 한다면 할 사람이 있을까요?”

올해 대입 관리 감독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접한 한 교사의 반응이다. 교육부는 4일 코로나19 대응 2021학년도 대입 관리방향을 발표했다. 수능 고사장 배치 인원을 종전보다 4명 줄이고 수능에 응시한 자가격리자와 확진자를 위해 별도 시험장을 마련하는 등의 내용이다.

교사들 “감독관 충원 쉽지 않을 듯”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시험 감독관들이 안내 사항을 전파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시험 감독관들이 안내 사항을 전파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일선 학교 교사들은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 대학 입시에서 사전에 대비책을 마련한 것은 의미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인 면에서 보완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확진자가 격리 치료를 받는 병원이나 생활치료 시설에 방호복을 입은 교사를 감독관으로 배치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다.

서울의 한 교사는 “지금 수업일수가 워낙 많이 남아서 1월 중순까지 수업해야 한다. 수능 다음날도 재량 휴업 없이 1월 중순까지 수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확진자를 접하면 방호복을 입었어도 2주 간 자가격리를 해야 할텐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의 한성준 정책위원장은 “지원을 받기는 하겠지만 차출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며 “현장 교사가 파견될 경우 자가격리 기간 수업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장학사 등 교육전문직이 파견 나와 감독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했다.

부모들 “고사장 배치 인원 여전히 많아”

대구여고 3학년 교실에서 고3 학생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뉴스1

대구여고 3학년 교실에서 고3 학생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뉴스1

한 교실에 머무는 응시자의 수가 여전히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날 수능 고사장의 최대 배치 인원이 기존 28명에서 24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4명 정도 줄인 것으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리 배치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왔다. 칸막이를 설치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걱정도 나왔다.

고사장당 응시인원을 더 줄여야 한다는 지적에 교육부는 난색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사장당 4명만 줄여도 전국적으로 시험실이 17% 더 필요하고 감독자도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 감독 인원의 한계 등을 고려하면 더는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학들 “없는 인력 쪼개 지방 보낼 판”

원격으로 진행된 전국연합학력평가일, 경기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시험지 수령 희망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배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원격으로 진행된 전국연합학력평가일, 경기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시험지 수령 희망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배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대학 입시담당자들의 고민도 커졌다. 자가격리 상태인 수험생들이 지역 간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권역별 별도 시험장을 마련하고 각 대학이 그곳으로 관리 인력을 파견해 대학별 평가를 치르도록 했기 때문이다.

서울 4년제 대학의 한 관계자는 “2009년 신종플루 당시에도 확진자와 유증상자를 따로 모아 별도 고사실에서 시험을 치르도록 했는데 자진해서 나서는 감독관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역 거점에 나가 방역복을 입고 감독하는 것이 실현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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