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아내, 딸→아빠 감사장·상장 보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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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어린이 부문/소속 우리집/성명 최연호/위 사람은 어머니가 외출했을 때 울지도 않고 방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동생을 잘 보살피고 집을 잘 보았기에 착한 어린이 상을 수여함/화목한 우리집/대표 최윤규' .

바깥 일에 항상 바쁜데다 무뚝뚝하기까지 한 아빠 최윤규(36)씨가 어느날 갑자기 아들 연호(9)에게 내민 상장이다.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연호를 기특해 하던 崔씨가 생각해낸 엉뚱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연호가 상장을 받은 뒤 동생 보살피기와 집 보기를 더 신이 나서 한 것은 물론이다. 얼마 전엔 연호가 직접 상장을 만들어 할아버지 생신 선물로 드리기도 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崔씨는 직접 지난해 10월부터 상장을 전달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빵빵아이(http://www.00i.net)' 를 열었다. '빵빵아이' 의 상장은 회사나 학교에서뿐 아니라 친구나 가족간의 고마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특징.

"아빠께선 제가 보낸 상장을 회사 동료에게 들고 다니시며 자랑을 하셨다는군요. 학교에서 주는 개근상과 졸업장 말고는 상장을 받아본 기억이 없으시다며, 옛날 생각이 떠올라 더 기분 좋았다는 말을 듣고 더욱 기뻤습니다" 라는 딸의 사연.

"권태기라고 생각하며 우울해 하던 제게 '3년 동안 고마웠고 더욱 사랑한다' 는 남편의 감사장은 신선한 감동이었답니다" 라는 아내의 사연 등 가족을 기쁘게 한 상장의 사연들이 빵빵아이의 게시판을 메우고 있다.

또 평생 노점상을 하며 자녀를 키운 아버지에게 아들이 보낸 상장은 그 아버지의 평생 자랑거리가 됐다.

崔씨도 지난 3월 아내 김옥래(35)씨에게 '고마운 아내상' 을 만들어 보냈다.

"저는 한자리에 머물기보다 항상 뭔가를 저지르는 편이죠. 그런 남편을 믿고 따라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았어요" .

하지만 상장을 받은 金씨는 "돈이 많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당신이 돈 많이 벌어오는 것보다 신나게 일하면서 재능을 맘껏 발휘하는 게 보기 좋아요" 라고 말해 다시 한번 남편을 감동시켰다.

金씨는 崔씨가 한 회사의 잘 나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자리를 박차고 나와 기본급 40만원의 자동차 판매원 생활을 시작했을 때나, 있는 돈 몽땅 들고 제조회사를 차렸을 때도 말없이 힘이 돼줬다.

지난해 빵빵아이를 시작하면서 어렵게 장만한 24평 아파트를 팔고 18평 전셋집으로 옮겼을 때도 "당신이 하고 싶은 걸 해야지" 하며 불평 한마디 없이 따라준 고마운 아내였다.

金씨의 희망은 고아원을 지어 불우한 아이들을 돕는 것. 평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열심인 金씨는 겨울방학 동안 소년 가장 철수 남매를 집으로 데려와 2주일 동안 함께 지내기도 했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서인지 연호도 남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다. 점심 굶는 친구를 매일 집으로 데려와 "엄마, 나 친구랑 밥 먹을래" 라는 녀석이다.

결혼 10년째를 맞는 崔씨는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아내가 예뻐보인다" 며 아내 사랑을 과시한다. 崔씨는 또 지난해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 에 가입한 뒤로는 아주 사소한 일들을 두고도 아내와 함께 대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金씨의 남편에 대한 유일한 불만은 힘든 회사 일을 자신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점.

金씨는 "가족이란 슬픔도 기쁨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안식처 아닌가요" 라며 "가족들이 서로 믿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헤쳐나갈 힘을 얻을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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