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한의예과 학생 '사후 시신기증서' 서약

중앙일보

입력

동국대 한의예과 2학년 학생 1백2명 전원이 최근 '사후 시신기증서' 를 학교 해부학교실에 제출해 화제다.

학생들은 다음달 3일 시작하는 해부학 실습을 앞두고 '질병의 고통 속에서 이웃을 구제하고 진일보한 의학 발전으로 질병없는 건강한 미래를 우리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라는 내용의 기증서에 서명했다.

1996년부터 시신 기증운동을 펴온 동국대 한의대에 그동안 개별적으로 기증서를 낸 적은 있으나 한 학과 전체 학생이 예외없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국대 한의대가 지금까지 기증을 약속받은 시신은 2백20여명. 대부분이 한의예과 학생들이었다.

이 학교 해부학교실 박인식(朴仁植) 교수는 "효과적인 해부 실습을 하려면 학생 8명에 시체 1구가 적정 규모" 라며 "그러나 시신 기증자가 적어 의과대학마다 실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말했다.

朴교수는 "그래서 올해 해부학 실습을 앞둔 학생들에게 다른 사람의 몸에 칼을 대려면 먼저 자기 몸을 바칠 줄 아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덧붙였다.

학생 강래엽(21) 씨는 "많은 고민을 했으나 보다 나은 한의학 연구 풍토를 만들기 위해 시신 기증을 결심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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