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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수사팀 진흙탕 싸움, 서로 ‘윗선 개입’ 밝히기 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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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호 10면

채널A 관련 사건 조사 과정에서 검찰 간부들 사이에서 벌어진 몸싸움에 대해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윤석열 총장의 침묵이 길어지는 가운데 갈등은 더 깊어지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채널A 관련 사건 조사 과정에서 검찰 간부들 사이에서 벌어진 몸싸움에 대해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윤석열 총장의 침묵이 길어지는 가운데 갈등은 더 깊어지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전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검사 간부들 사이의 몸싸움 사건에 대해 서울고검이 조사에 나섰다. 한동훈 검사장이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진웅 형사1부장에게 “독직폭행 당했다”며 고소·감찰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수사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검사장의 물리적 방해 행위”가 있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고검 ‘검사 육탄전’ 조사 #수사팀 #한 검사장 유심카드 통해서 #윤석열과 대화 내용 알려 했을 것 #한동훈 측 #KBS 오보 논란, 알림 문자 발송 #이성윤 중앙지검장 개입 의심

3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30일 한 검사장을 진정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압수수색 상황 전반에 대해 조사했다. 한 검사장 측은 몸싸움이 벌어진 이후 찍은 동영상을 서울고검에 증거로 제출했다. 여기엔 ‘수사팀이 물리력 행사를 부인하지 못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는 게 한 검사장 측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측도 압수수색 과정을 찍은 동영상을 제출했다. 다만 몸싸움 상황이 담긴 영상은 양측 모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검사장은 “압수수색을 방해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정 부장은 입장문에서 “한 검사장이 압수물 삭제를 시도한 것이 원인”이라며 “일부러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거나 밀어 넘어뜨린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정 부장은 한 검사장에 대해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검사장 측은 이러한 수사팀의 사건 설명이 ‘허위’라며 “이를 유포한 경위도 밝혀달라”고도 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해 공기계로 접속한 뒤 메신저 비밀번호를 바꿔서 돌려준 것으로 확인돼 이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원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기계에 유심을 꽂아 카카오톡에서 인증번호를 받아 만든 새로운 비밀번호는 압수영장 청구나 발부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전자정보라 압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영장 발부 이후 카카오톡이 한 검사장에게 송신한 문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는 건 불법 감청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실시간이나 이후 통신내용을 봤으면 감청이 되겠지만, 수사팀은 유심 카드를 압수한 2시간 30분 동안에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자료를 특정해서 봤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수사팀과 한 검사장 측의 갈등 이면에는 서로 ‘윗선 개입’을 밝히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유심 카드를 통해 신라젠 수사 지휘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대화 내용도 들여다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 측에 대해선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KBS오보 논란과 정 부장과 관련한 알림 문자 발송에 개입한 정황을 밝히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한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에서 허위 언론플레이를 주도한 윗선을 밝혀내려고 강력하게 고소 절차를 진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채널A사건 수사지휘 배제 지시 후 한 달 째 침묵하고 있다. 대검에 따르면 윤 총장은 오는 3일 열리는 신임검사 임관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한다. 정례적인 행사이지만, 윤 총장은 이 자리를 빌어 최근 뒤숭숭한 검찰 분위기 등에 대해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광우·나운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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