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코로나 이유로 의원 선거 1년 연기 … 야당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9월 예정됐던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를 1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비상대권’을 동원해 1년 후인 내년 9월 5일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콩에선 공중의 안전과 관련된 비상 상황에서 행정장관에게 법규를 제정할 수 있는 비상대권이 부여된다. 앞서 홍콩 정부는 조슈아 웡(黃之鋒) 등 민주파 인사 12명의 입법회 의원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하기도 했다.

홍콩에선 최근 들어 매일 100명 이상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31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3273명이다. 람 장관은 홍콩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으며,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인 민주진영은 선거 패배를 막으려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12일 입법회 선거에 출마할 야권 단일후보를 정하는 예비선거에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61만여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했다.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민주진영은 이 기세를 몰아 입법회 선거에서 과반석 차지를 목표로 세운 바 있다.

범민주진영 입법회 의원 22명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홍콩법상 한 번 연기되더라도 14일 이내에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면서 “(그 이상의) 연기는 홍콩의 헌법적 위기를 촉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선거 연기 결정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은 "홍콩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면서 "수많은 홍콩시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을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