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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산업지표 '트리플 상승' 주도…"본격 회복은 멀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산업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모두 반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다소 주춤해졌고, 기저 효과의 덕도 봤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상승

코로나19 확산 완화에 6월 산업지표가 모두 상승했다. 뉴스1

코로나19 확산 완화에 6월 산업지표가 모두 상승했다. 뉴스1

31일 통계청의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소비·투자 상황을 보여주는 6대 지표가 일제히 5월보다 개선됐다. 전산업 생산(4.2%), 광공업 생산(7.2%)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서비스업 생산(2.2%)과 소매 판매(2.4%)도 2%대 증가세를 보였다. 설비투자(5.4%)와 시공 실적이 반영되는 건설기성(0.4%)도 전달보다 좋아졌다. 6개 지표가 한꺼번에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표가 개선된 것은 수출 부진을 일부 만회했기 때문이다. 6월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9% 감소했다. 그러나 5월의 -23.6%에 비하면 감소 폭을 절반으로 줄였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경제 활동을 재개했고, 5월보다 조업일수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기저효과까지 더해져 국내에서 생산한 물건이 외국으로 나간 양을 의미하는 수출 출하는 전월 대비 9.8% 증가했다. 32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수출에 숨통이 트이자 제조업 생산도 늘었다. 광공업 생산은 5월에 전달대비 7.0% 하락했지만 6월에는 7.2% 상승으로 반전했다. 광공업 생산 증가 폭은 11년 4개월 만에 최대다. 수출 재개와 함께 7월부터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줄면서 판매량이 급증한 자동차(22.9%)가 상승을 주도했다. 비대면 경제 확산에 서버용 D램 메모리 반도체(3.8%)도 호조를 보였다.
멈췄던 공장도 가동을 시작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낮았던 5월 제조업 가동률(63.4%)이 6월에는 68.3%로 4.9%포인트 올랐다. 제조업 재고도 5월보다 1.4% 줄었다.

생활 방역 전환과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소매판매는 3개월 연속 증가했다. 개소세 혜택 축소로 6월에 구매가 몰린 자동차를 중심으로 내구재(4.1%)가 많이 팔렸다. 더운 날씨 탓에 옷 판매가 늘어난 준내구재(4.7%)도 올랐다. 투자도 자동차 등 운송장비(7.2%)에서 많이 늘었다. 기계류도 측정기기 및 분석기기 수입 중심으로 4.7% 상승했다.
이런 지표 개선에 따라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 순환변동치(0.2포인트 상승)와 미래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선행 순환변동치(0.4포인트 상승)가 모두 5월보다 개선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경기 여전히 부진

그러나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지표 개선은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에 달했던 5월보다 좋았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아직 회복 속도가 더디다. 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지난해 6월의 생산이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비로 5월(1.7%)에 이어 6월(6.3%)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효과가 끝나면 다시 하락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피해를 많이 받은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동월비로는 0.1% 쪼그라들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워낙 좋지 않았던 5월보다 개선됐다고 할 수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여부가 관건   

코로나19의 확산세 속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3년만에 최저치인 -32.9%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의 비어있는 가게의 모습. [AP=연합뉴스]

코로나19의 확산세 속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3년만에 최저치인 -32.9%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의 비어있는 가게의 모습. [AP=연합뉴스]

결국 본격적인 회복 국면이 되려면 코로나19 확산이 멈춰야 가능하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신규 확진 최고기록이 나온 나라는 7월 넷째 주 기준 37개국이었다. 주춤했던 코로나19가 다시 재확산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은 신규확진자 수가 지난 24일 7만8009명으로 늘어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미국 2분기 성장률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기 대비 32.9% 감소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47년 이후 최악이다. 여기에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정보 해킹을 이유로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 결정을 하는 등 미·중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도 변수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외적 영향이 과거보다 훨씬 크고 직접적이다"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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