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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계절 타지 않는다? WHO분석 틀렸다, 124개국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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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본 시민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도쿄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본 시민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평균 기온이 섭씨 1도 오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88%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WHO는 "코로나19 계절과 무관하게 전파" #사회·경제 요인 제외 기상 영향만 분석하니 #온도·습도 오를 때 확진자 주는 것 확인돼

또, 상대습도가 1%포인트 상승해도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0.19%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까지 기온과 습도 등 기상 요인과 코로나19 전파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연구 논문이 다수 발표됐으나, 연구자와 대상 지역에 따라 엇갈리는 결과가 제시됐다.

코로나19 전파는 기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요인, 정부의 방역 노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상 요인의 영향을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수 현황(연구에서 사용한 5월 31일 기준).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수 현황(연구에서 사용한 5월 31일 기준).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28일(현지 시각) "인플루엔자 등 계절에 영향받는 여타의 호흡기 감염병과 달리 코로나19는 계절을 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더위와 함께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를 일축했다.

하지만 전 세계 124개국의 1236개 지역에서 나온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사회·경제적 변수를 제거한 다음 기상 조건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코로나19가 계절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도 상승하면 6일 후 확진자 2.88% 감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관광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관광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수도(首都) 의과대학의 장 잉 박사와 스위스·덴마크 연구팀은 30일(현지시각)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medRxiv)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코로나19 전파와 온도·습도는 전 세계적으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거의 선형적인 관계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면 그에 반비례해서 코로나19 전파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5월 31일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확진 사례의 98.7%인 592만6622건을 수집, 분석에 이용했다.

각국의 보건 관련 부처에서 발표한 자료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데이터를 활용, 지역별 확진자를 1236개 지역으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또 원격 감시 위성 데이터에서 얻은 기상 데이터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잠복기를 거쳐 6일 후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숫자가 2.88%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또, 코로나19 감염자의 재생산지수 역시 기온이 1도 상승하면 0.6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산지수는 환자 1명이 다른 사람을 몇 명 감염시켰는지 나타내는 지수로 전파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연구팀은 또 상대습도가 1%포인트 증가하면 6일 후 신규 확진자는 0.19%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얻었다.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없었지만, 상대습도가 1%포인트 오르면 재생산지수 역시 0.02%포인트 감소했다.

기온 떨어지면 가난한 지역 더 큰 피해

코로나19 전파와 온도, 습도의 영향. 7월에는 남반구에서 전파 위험도가 높고, 1월에는 북반구에서 전파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전파와 온도, 습도의 영향. 7월에는 남반구에서 전파 위험도가 높고, 1월에는 북반구에서 전파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지역 총생산(GRDP)로 나타나는 경제적 수준에 따라 온도·습도가 코로나19 전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도 분석했다.
온도가 1도 낮아지면 고소득 그룹에서는 확진자 수가 2.6% 늘어났지만, 저소득 그룹에서는 3.9%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습도의 경우는 온도와 달리 1%포인트 낮아지면 고소득 그룹에서 확진자 수는 저소득 그룹보다 확진자가 0.36% 더 많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수식으로 정부의 개입 강도를 계산했고, 정부의 개입 강도가 1%포인트 증가하면 확진자 발생은 0.54% 줄고, 재생산지수도 0.34%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전파가 여름에는 약해지고, 온도가 낮아지는 다른 계절에는 전파가 가속화되는 등 계절성을 보일 수 있다"며 "7월 남반구에서는 전파 위험이 45% 높아지고, 내년 1월 북반구에서는 전파 위험이 87%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또 "인구 규모를 고려할 때 북반구에서 더 큰 전파 위험이 있고, 가난한 지역에서는 기상 조건에 의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고, 건강 불평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다만, 이번 연구가 5월 이전의 자료만 분석했고, 관측치가 대부분 섭씨 25도 미만이어서 고온 상황에서는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온도·습도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상요인이 코로나19 전파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며 "봉쇄 등 정부의 방역 조치와 인구 이동 감소가 신규 확진자의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크고, 대중의 인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도·습도가 전파에 영향을 미치지만, 여름철이라고 정부가 방역에 소홀히 하고, 시민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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