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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산소방본부 등 압수수색…'3명 사망' 부산 지하차도 침수 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일주일 전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3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일주일 전 폭우에 지하차도가 침수된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23일 쏟아진 집중호우로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수사하는 부산경찰청이 30일 오후 6시30분쯤부터 2시간40분가량 부산소방재난본부와 중부소방서를 압수수색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부산소방본부와 지하차도 관할 소방서인 중부소방서를 동시에 압수수색했으며, 수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세부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30일 오후 소방본부·중부서 압색 #사고 당시 초동대처 상황 관련 자료 확보 차원 #경찰 30일 오후 2시 4시간 동안 현장 정밀감식 #한차례 더 감식 진행한 뒤 사고 원인 밝힐 예정

 경찰은 지하차도 침수 당시 부산소방본부와 관할 소방서의 초동대처 상황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19 신고 시스템 자료와 시민 신고 녹취 파일 등을 확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하차도 침수 직후 시민 신고가 잇따랐지만 “부산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신고가 몰리면서 사고 접수가 3차례나 이뤄지지 못했다”는 소방본부 발표에 관한 사실관계도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부산소방본부는 119 종합상황실에 초량 지하차도 침수 신고가 접수된 시각이 23일 오후 10시13분이었다고 밝혔다. 소방본부는 초량제1지하차도가 침수한 지 2분여 뒤인 오후 9시32분에 신고가 있었지만 신고 전화 폭주로 접수되지 않았다. 이후 2차례 더 시민 신고가 들어왔지만 여전히 전화 폭주로 접수되지 않았다. 침수한 지 43분 뒤인 오후 10시13분에야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오후 9시38분과 비교해 35분 늦게 신고가 접수된 것을 두고 소방본부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부산소방본부는 “119 종합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되기 전인 오후 9시47분부터 소방대원 3명이 초량 지하차도 인근 차량 통제에 나섰다”며 “그로부터 4분 후 초량 지하차도 내 구조요청을 인지하고 구조 작업을 벌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23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23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부산 동구 초량 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현장을 찾아 4시간 동안 정밀 감식도 벌였다. 현장 감식에는 부산경찰청 수사팀을 비롯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기계·소방방재·수자원 설비 민간 전문가 등 관계자 3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합동 감식팀은 사고가 난 초량제1지하차도와 인근 초량제2지하차도를 비교 감식하는 등 지하차도 넓이, 폭 등 구조적 문제와 주변 하수 배관 설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감식팀은 지하차도 침수 당시 바닥에서 50㎝ 높이에 배수구가 설치된 것을 확인하고 추가 공사 여부 등 건축 설계로 인한 사고 연관성을 조사했다.

 감식팀은 사고 당일 분당 20t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지하차도 배수펌프가 정상 작동했는지, 펌프 모터는 이상이 없었는지, 지하차도 내부에 몇 t의 물이 얼마 만에 찼는지, 배수로는 이상이 없었는지 등을 살폈다. 또 감식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들은 부산 동구청으로 이동해 사고 현장이 담긴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했다.

 국과수는 향후 한 번 더 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침수 원인을 밝힌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1, 2차 감식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하차도 침수 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폭우에 의한 지하차도 침수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실시한 3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옆 인도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폭우에 의한 지하차도 침수 원인을 규명하는 현장 정밀감식을 실시한 3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옆 인도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날 감식 현장에 나온 유족들은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50대 남성의 유족은 이날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며 “말단 공무원 몇 명이 처벌되는 것은 원치 않고 고위 공무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차도 침수 사고 사망자 3명의 유족은 각자 또는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부산시와 동구청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지하차도 관리와 통제를 맡은 부산 동구청이 이번 참사 전 지하차도 통제 매뉴얼이 있는데도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관할 구청장인 최형욱 동구청장은 사고 당시 여름 휴가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청장은 이날 오후 2시 호의주의보가 발령되고 오후 6시부터 빗줄기가 굵어지자 오후 8시에서야 동구청으로 복귀해 책임론이 불거졌다.

 경찰은 동구청에 대해 고의로 해당 업무를 회피한 직무유기 혐의보다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법처리 범위를 정할 방침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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