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검사는 잊어라, 거포 유격수 노진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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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NC 유격수 노진혁. [연합뉴스]

올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NC 유격수 노진혁. [연합뉴스]

'노검사'는 잊어라. 이제는 '거포 유격수'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노진혁이 뛰어난 장타력을 선보이며 공수를 갖춘 '골든글러브 후보'로 떠올랐다.

노진혁은 지난 28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세 가지 기록을 한꺼번에 세웠다. 7회 박진형을 상대로 동점 만루포(시즌 10호)를 쳐, 3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이어 9회엔 롯데 마무리 김원중의 직구를 때려 솔로 아치를 그렸다. 노진혁의 개인 통산 첫 연타석 홈런. 이 홈런으로 노진혁은 1경기 개인 최다 타점 기록(5개)도 세웠다. 아쉽게도 팀은 9-11로 졌지만 이날 경기 가장 돋보인 선수가 노진혁이었다.

노진혁은 2012년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NC에 입단했다. 광주동성고 시절부터 뛰어난 유격수였던 노진혁은 프로에 오자마자 '노검사'란 별명을 얻었다. 마른 체형(184㎝, 82㎏)에 날카로운 인상, 안경까지 낀 모습 때문이었다. 강한 어깨와 수비력을 인정받은 노진혁은 NC 1군 첫 해인 2013시즌에 117경기에 출전했다.

데뷔 초 안경을 쓰고 그라운드에 섰던 노진혁.

데뷔 초 안경을 쓰고 그라운드에 섰던 노진혁.

하지만 이듬해 FA로 풀린 손시헌이 입단하면서 노진혁의 입지는 좁아졌다. 출전경기 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2016년엔 상무에 입대했다. 하지만 전역 이후 노진혁은 달라졌다. 수비 뿐 아니라 공격력도 크게 보강됐다. 2018년엔 타율 0.283, 11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공인구 반발력이 낮아졌음에도 홈런이 13개(타율 0.264)로 늘어났다. 이미 11개를 친 올해는 산술적으로 23개까지 가능하다.

노진혁의 눈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골든글러브다. 현재 정규시즌 1위인 팀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면서 현재의 성적을 유지한다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29일 현재 유격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 스탯티즈 기준) 유격수 1위는 키움 김하성(2.95), 2위는 LG 오지환(2.34), 3위는 롯데 마차도(2.30), 그리고 4위가 노진혁(1.64)이다. 노진혁은 "(키움)애디슨 러셀이 오면서 김하성이 3루수로 가니까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했다.

지난 28일 부산 롯데전에서 시즌 11호 홈런을 터트리고 들어오는 노진혁. [연합뉴스]

지난 28일 부산 롯데전에서 시즌 11호 홈런을 터트리고 들어오는 노진혁. [연합뉴스]

이동욱 NC 감독은 "노진혁은 타이밍을 맞추는 방법이 다른 선수들과 다른 편이다. 레그킥을 하기 때문에 안 좋을 때와 좋을 때 차이가 컸는데 이제는 그 간격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격수가 두 자릿수 홈런을 친다는 건 의미가 있다. 수비도 잘 해주고 있다. 팀에 도움이 된다"고 칭찬했다.

상대팀이 노진혁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다. 최근 들어 왼손타자인 노진혁이 타석에 들어서면 상대팀이 오른쪽으로 수비수를 이동하는 시프트를 쓰고 있다. 노진혁이 잡아당겨서 강한 타구를 날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동욱 감독은 "처음에는 당황했다. '노진혁에게도 시프트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이라며 "담장 너머서 치면 된다"고 웃었다. 이어 "최근엔 왼쪽으로 번트도 시도했다. 시프트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본인의 선택"이라고 했다.

부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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