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외친 "독직폭행"…과거 이근안 고문에 적용, 징역형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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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왼쪽) 정진웅 부장검사 (오른쪽)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왼쪽) 정진웅 부장검사 (오른쪽)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은 29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며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서울고검에 독직폭행(瀆職暴行) 혐의로 고소했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중한 범죄지만 기소되는 경우도 드물다. 휴대전화 동영상이나 CCTV 영상이 증거로 남아 있는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영상·목격자 유무죄 갈라

30일 대법원에 따르면 1963년부터 이날까지 독직폭행, 특가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대법원 심판을 받은 사례는 60건이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는 8건에 불과하다. 8건 중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난 경우는 4건이다.

독직폭행은 법원·검찰·경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하거나 감금, 폭행한 경우 적용된다. 여기서 '독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직책에 있는 사람이 그 직책을 더럽힘'을 뜻한다. 국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일반 폭행죄보다 형이 무겁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 선고만 가능하다. 특히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 사망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기소 드물지만, 증거 있으면 징역형 

8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독직폭행 사건은 교도관이 재소자의 소란 행위를 과잉 제압하거나, 경찰이 현장을 과잉 진압하는 과정에 발생했다. 긴급체포 과정에서 경찰이 불필요한 욕설이나 폭행을 행사한 경우도 있었다.

유·무죄는 증거 유무가 갈랐다. 휴대전화 동영상이나 CCTV 영상에 폭행 기록이 남아 있는 경우 대부분 유죄가 선고됐다. 목격자가 일관되게 "독직폭행"을 진술한 경우에도 유죄 선고 비율이 높았다. 피해자의 진술 외에 폭행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피해자가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병실에 누워있는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 [사진 서울중앙지검 제공]

병실에 누워있는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 [사진 서울중앙지검 제공]

한 현직 판사는 "이근안이 고문하던 시절에나 적용되던 혐의로 최근 들어 기소도 드물다. 간혹 재정신청 사건이 있는데 대부분 기각된다"고 말했다. '고문 기술자'로 김근태 전 의원 등을 고문했던 이근안 전 경감이 독직폭행 혐의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한동훈 피해, 다수가 목격" 

하지만 법조계는 정 부장검사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 검사장 측은 "사건 현장에서 제3자가 휴대전화로 독직폭행 직후 사건 관련자들과의 대화 장면, 폭행당한 직후 현장해서에서 한 검사장이 직접 고소장을 쓰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다수의 관계자들도 독직폭행을 증명해 줄 것이라는 것이 한 검사장 측의 주장이다.

형사사건 재판 경험이 많은 한 전직 판사는 "과거에는 독직폭행 이 비밀스럽게 이뤄져 기소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 부장검사는 공개된 장소에서 폭행했다"고 지적했다. 한 검사장이 영상을 공개할 경우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 부장검사가 직무 집행의 일환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하지만 정 부장검사는 "독직폭행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한 검사장의 압수 거부 행위를 제지하는 과정이었을 뿐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거나 일부러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거나 밀어 넘어뜨린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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