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세 가지 목표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감독님 말씀 잘 듣기'입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32·흥국생명)이 지난 14일 팀 훈련에 합류했다. 11년 만에 돌아온 친정팀에서 동료들과 보름 동안 손발을 맞췄다. 29일 경기도 용인 기흥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만난 김연경은 "팀 합류 초반에는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선수들과 볼 훈련은 이틀 전부터 하고 있다. 아직 몸 상태가 50%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약 30분간 진행된 미니게임에서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였다.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24)이 올려준 공을 받아 강스파이크를 날렸다. 체육관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공 튀기는 소리가 컸다. V리그 수퍼스타 중 한 명인 이재영(24)의 공을 받기 위해 코트 바닥으로 슬라이딩도 했다. 연습경기에서도 파이팅 넘치는 모습에 후배들도 자극을 받았는지 모두 실전 경기처럼 더 빨리 뛰고 더 높이 점프했다.
주장 김미연(27)은 "연경 언니가 엄청 열정적이고 긍정적이어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있다. 말을 쉬지 않고 해서 후배들도 다들 편안하게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처음 보는 선수가 몇 명 있어서 이름을 외우는데 고생했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어려워할까 봐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밥 먹을 때, 먼저 대화를 하고 있다. 내가 없으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웃었다.
김연경이 오면서 흥국생명은 통합우승을 꿈꾸고 있다. 특히 '쌍둥이 자매' 이재영, 이다영과 환상의 호흡을 맞춘다면 다른 팀이 상대할 수 없는 무적의 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우승하려면) 세터 이다영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팀에 와서 생각보다 적응을 잘해주고 있어서 기대된다"고 했다.
김연경은 대표팀에서 이다영의 토스를 받았다. 그러나 한 팀에서 오랜 기간 훈련하면서 정규시즌을 치르는 건 처음이다. 이다영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손발이 잘 맞는다. 연경 언니가 아주 빠르게 올려주는 볼을 좋아한다. 언니에 맞춰서 스피드한 배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경이 걱정하는 건 선수들과 호흡이 아니었다. 바뀐 배구공에 대한 적응이었다. 약 10년간 해외 리그에서 뛴 김연경은 주로 미카사 배구공을 사용했다. 그러나 V리그는 스타 배구공을 쓰고 있다. 김연경은 "실제로 스타 배구공을 써보니 아주 다르더라. 특히 리시브를 하는 게 어렵다. 공격할 때도 파워가 다 실리지 않는 것 같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11년 만에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직접 선수들과 뛰면서 김연경의 새 시즌 목표도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그는 "우선 통합우승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 공격 각각 3개 이상)을 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독님 말을 잘 듣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경험과 인기가 많은 스타 선수다 보니 '코트 위의 감독'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감독 지시를 잘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그는 '감독님 말씀 잘 듣기'란 목표를 세운 것이다. 김연경은 웃으면서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박 감독도 같이 웃었다.
김연경의 V리그 복귀전은 오는 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제천체육관에서 열리는 제천 KOVO컵 대회일 가능성이 높다. 김연경은 "아직 출전 여부는 모른다. 몸 상태를 계속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코보컵 때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뛸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용인=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