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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올해 목표 "박미희 감독님 말씀 잘 듣기"

중앙일보

입력

"올 시즌 세 가지 목표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감독님 말씀 잘 듣기'입니다."

29일 오전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훈련 후 가진 취재진들과 인터뷰에서 김연경이 질문에 답 하고 있다. 용인=정시종 기자

29일 오전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훈련 후 가진 취재진들과 인터뷰에서 김연경이 질문에 답 하고 있다. 용인=정시종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32·흥국생명)이 지난 14일 팀 훈련에 합류했다. 11년 만에 돌아온 친정팀에서 동료들과 보름 동안 손발을 맞췄다. 29일 경기도 용인 기흥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만난 김연경은 "팀 합류 초반에는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선수들과 볼 훈련은 이틀 전부터 하고 있다. 아직 몸 상태가 50%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약 30분간 진행된 미니게임에서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였다.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24)이 올려준 공을 받아 강스파이크를 날렸다. 체육관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공 튀기는 소리가 컸다. V리그 수퍼스타 중 한 명인 이재영(24)의 공을 받기 위해 코트 바닥으로 슬라이딩도 했다. 연습경기에서도 파이팅 넘치는 모습에 후배들도 자극을 받았는지 모두 실전 경기처럼 더 빨리 뛰고 더 높이 점프했다.

11년 만에 국내무대에 복귀한 김연경이 29일 훈련에서 후위공격을 하고 있다. 용인=정시종 기자

11년 만에 국내무대에 복귀한 김연경이 29일 훈련에서 후위공격을 하고 있다. 용인=정시종 기자

주장 김미연(27)은 "연경 언니가 엄청 열정적이고 긍정적이어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고 있다. 말을 쉬지 않고 해서 후배들도 다들 편안하게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처음 보는 선수가 몇 명 있어서 이름을 외우는데 고생했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어려워할까 봐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밥 먹을 때, 먼저 대화를 하고 있다. 내가 없으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웃었다.

김연경이 오면서 흥국생명은 통합우승을 꿈꾸고 있다. 특히 '쌍둥이 자매' 이재영, 이다영과 환상의 호흡을 맞춘다면 다른 팀이 상대할 수 없는 무적의 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우승하려면) 세터 이다영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팀에 와서 생각보다 적응을 잘해주고 있어서 기대된다"고 했다.

김연경은 대표팀에서 이다영의 토스를 받았다. 그러나 한 팀에서 오랜 기간 훈련하면서 정규시즌을 치르는 건 처음이다. 이다영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손발이 잘 맞는다. 연경 언니가 아주 빠르게 올려주는 볼을 좋아한다. 언니에 맞춰서 스피드한 배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팀 훈련에서 득점 후 후배들과 기뻐하고 있는 김연경. 용인=정시종 기자

29일 팀 훈련에서 득점 후 후배들과 기뻐하고 있는 김연경. 용인=정시종 기자

김연경이 걱정하는 건 선수들과 호흡이 아니었다. 바뀐 배구공에 대한 적응이었다. 약 10년간 해외 리그에서 뛴 김연경은 주로 미카사 배구공을 사용했다. 그러나 V리그는 스타 배구공을 쓰고 있다. 김연경은 "실제로 스타 배구공을 써보니 아주 다르더라. 특히 리시브를 하는 게 어렵다. 공격할 때도 파워가 다 실리지 않는 것 같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11년 만에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직접 선수들과 뛰면서 김연경의 새 시즌 목표도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그는 "우선 통합우승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트리플크라운(서브·블로킹·후위 공격 각각 3개 이상)을 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독님 말을 잘 듣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경험과 인기가 많은 스타 선수다 보니 '코트 위의 감독'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감독 지시를 잘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그는 '감독님 말씀 잘 듣기'란 목표를 세운 것이다. 김연경은 웃으면서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박 감독도 같이 웃었다.

지난 6월 10일 흥국생명 입단식에서 김연경이 박미희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정시종 기자

지난 6월 10일 흥국생명 입단식에서 김연경이 박미희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정시종 기자

김연경의 V리그 복귀전은 오는 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제천체육관에서 열리는 제천 KOVO컵 대회일 가능성이 높다. 김연경은 "아직 출전 여부는 모른다. 몸 상태를 계속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코보컵 때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뛸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용인=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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