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대구 女핸드볼팀 선수들 오늘 집단 진정서 제출…추가폭로 나올까

중앙일보

입력

대구시청사. 연합뉴스

대구시청사. 연합뉴스

 감독의 술자리 강요, 술시중·성추행 의혹 등이 제기된 대구시청 여자 핸드볼팀 선수들이 29일 집단 진정서를 내기로 했다.

 여자 핸드볼팀 관계자는 이날 "28일 저녁에 기숙사에 모여 선수들이 각자 자필로 감독에게 성추행이나 술시중, 술자리 강요, 폭언·폭력 등을 당한 사실이 있는지를 솔직하게 적어 오늘(29일) 대구시체육회에 제출키로 했다. 불명예를 털어버리기 위해 즉각적으로 선수들이 먼저 나선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10여명의 선수가 진술서 작성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여자 핸드볼팀에는 15명의 선수가 있다.

관련기사

 감독의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선수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고 최숙현 선수 사태처럼 추가 폭로로 이어질까.

 대구 여자 핸드볼팀 선수 5명은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선수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어깨나 등을 두드리는 것을 신체를 만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동 특성상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어떤 날은 속옷을 안 입고 운동복을 입는 경우가 있다. 그런 상태에서 어깨나 등, 신체를 두드린다면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겠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선수 5명과 기자가 한 선수의 스마트폰 스피커폰을 켜놓고 동시에 진행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30대인 A선수는 "술을 마시는 선수단 회식이 자주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강압적으로 참석하라는 분위기는 분명히 아니다"고 말했다. B선수는 "한잔 두잔 회식 참석자들과 술을 나누고, 부어주고 하는 문제는 개인적으로 달리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술시중을 강제로 들라고 하거나, 성추행이 내 눈앞에서 있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장시간 동안 이어진 회식도 있었는데, 감독이 '담금주'를 가져온 날이 그런 회식으로 기억된다"며 "그때도 술이 많이 취한 선수는 먼저 들어가서 자라고 감독이 말하기도 했다. (나의 기준으로) 술자리 참석의 강제성은 없었다고 본다"고 의견을 전했다.

 5명의 선수는 감독의 폭언이나 폭력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선수들은 "감독의 폭력은 없다. 그렇지만 폭언 문제는 감독이 경상도 사람이니 말이 다소 거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팀에서 제일 고참 격인 C선수는 "15명의 선수는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나이다. 30대 초반의 선수가 많은데, 술시중, 성추행, 강압적 회식 참석 같은 게 있다면 누가 가만 있겠는가. 어린 선수들만 있는 그런 팀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29일 자로 감독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여성 인권위원회 전문가 2명을 포함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진실 밝히기에 나선 상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기관 고발 등 추후 조처를 할 예정이다.

 대구시체육회가 지원하는 여자 핸드볼팀은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체육공원 인근 클럽하우스에 숙소를 두고 있다. 훈련도 클럽하우스에 주로 한다. 대구 북구 고성동 시민운동장 내 옛 체육회관을 숙소로 쓰다 지난달 말 새 숙소를 마련해 옮겼다.

 감독은 핸드볼 선수 출신이지만 코치로 잔뼈가 굵으며 최근 4년간 감독을 맡아 팀을 이끌어 왔다. 감독은 중앙일보와의 전날 인터뷰에서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로,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대구=김윤호·김정석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