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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40조 베팅'이 무너졌다…"ARM, 애플에 매각 타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애플과 엔비디아에 ARM 인수를 타진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RM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모바일AP를 사실상 독점 설계하는 회사다. 애플ㆍ삼성전자ㆍ퀄컴ㆍ화웨이 등이 모두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모바일AP를 설계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중앙포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중앙포토]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최근 애플과 엔비디아에 ARM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 달러(약38조원)를 들여 ARM을 인수했다. 손 회장은 당시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현재 ARM 지분 75%는 소프트뱅크가, 25%는 자회사 비전펀드가 갖고 있다.

ARM의 지분 매각 움직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와 스타트업 투자 실패로 경영난에 빠져 있는 소프트뱅크가 경영난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소프트뱅크가 ARM 인수를 타진한 애플은 ARM 최초 설립을 주도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쓰이는 A시리즈 모바일AP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년 전 인수한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 씨넷]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년 전 인수한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 씨넷]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ㆍ제조사인 엔디비아는 지난 8일 인텔을 제치고 미국 반도체 회사 중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2017년 엔비디아 지분 약 40억 달러어치를 매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과 엔비디아가 ARM을 통째로 인수할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다. 애플의 경우 ARM을 인수할 경우 반독점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가 모두 ARM 라이선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주력 제품인 GPU가 ARM과 기술적 연관성이 크지 않은데다 관심을 갖고 있는 서버시장에서 ARM의 입지가 미미하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하며 지나치게 값을 올려놨다는 점도 통매각 가능성을 작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공개(IPO)나 일부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ARM에 대한 부분 매각이나 전체 매각 또는 IPO까지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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