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내년 4·7 재·보궐선거 무공천 논란과 관련한 당헌의 개정 여부를 논의한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23일 중앙일보에 “당 전준위가 오는 28일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제력이 있는 결론을 도출할 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서울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부산시장은 오거돈 전 시장이 지난 4월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사퇴해 공석이 됐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무공천 여부는 지금부터 논의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취지로 사실상 ‘함구’ 지침을 내렸다. 당 대표 후보와 차기 대선 주자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가며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줘서다. 이런 상황에서 8·29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주도하는 당 전준위가 이 문제를 공식 테이블에 올린 것이다. 자연히 현 지도부 체제에서 ‘무공천 당헌’ 개정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당 전준위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무공천 당헌 조항에 손을 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재보선 공천을 하려면 꼭 당헌을 개정해야 하는 것처럼 얘기들이 오가는데, 애당초 해당 당헌이 다소 거칠게 설계돼 종속된다고 보기 힘들다. 정치적 판단으로도 (공천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건 정당의 존립 가치를 없애는 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당헌을 고치면 선거를 위해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어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선출직 공직자가 다른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 공천 심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당헌·당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헌 100조 1항, 당규 35조 2항은 ‘본인의 임기를 4분의 3 이상 마치지 않은 선출직 공직자가 각급 공직선거에 출마해 보궐선거를 유발하는 경우 당 공천관리위 심사 결과의 25%를 감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총선 공천룰을 마련할 때 기존 30%를 5%포인트 낮춘 건데, 당 전준위에서는 이를 10% 수준으로 더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개정안이 실현될 경우 현직 국회의원의 지방선거·대선 출마가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당장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우상호·박주민 등 현역 민주당 의원들의 당내 경선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당 전준위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 당헌·당규를 고치는 게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이 문제는 차후 회의에서 추가로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