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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장 무공천 부른 그 민주당헌, 전당대회서 손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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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내년 4·7 재·보궐선거 무공천 논란과 관련한 당헌의 개정 여부를 논의한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23일 중앙일보에 “당 전준위가 오는 28일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제력이 있는 결론을 도출할 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서울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부산시장은 오거돈 전 시장이 지난 4월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사퇴해 공석이 됐다.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제1차 회의에서 안규백(왼쪽 두 번째) 위원장이 개의 선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최지은 국제대변인, 안 위원장, 이해찬 대표, 한정애 전준위 부위원장. [연합뉴스]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제1차 회의에서 안규백(왼쪽 두 번째) 위원장이 개의 선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최지은 국제대변인, 안 위원장, 이해찬 대표, 한정애 전준위 부위원장. [연합뉴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무공천 여부는 지금부터 논의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취지로 사실상 ‘함구’ 지침을 내렸다. 당 대표 후보와 차기 대선 주자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오가며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줘서다. 이런 상황에서 8·29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주도하는 당 전준위가 이 문제를 공식 테이블에 올린 것이다. 자연히 현 지도부 체제에서 ‘무공천 당헌’ 개정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당 전준위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무공천 당헌 조항에 손을 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재보선 공천을 하려면 꼭 당헌을 개정해야 하는 것처럼 얘기들이 오가는데, 애당초 해당 당헌이 다소 거칠게 설계돼 종속된다고 보기 힘들다. 정치적 판단으로도 (공천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건 정당의 존립 가치를 없애는 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당헌을 고치면 선거를 위해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어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역 선출직 공직자가 다른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 공천 심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당헌·당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헌 100조 1항, 당규 35조 2항은 ‘본인의 임기를 4분의 3 이상 마치지 않은 선출직 공직자가 각급 공직선거에 출마해 보궐선거를 유발하는 경우 당 공천관리위 심사 결과의 25%를 감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총선 공천룰을 마련할 때 기존 30%를 5%포인트 낮춘 건데, 당 전준위에서는 이를 10% 수준으로 더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개정안이 실현될 경우 현직 국회의원의 지방선거·대선 출마가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당장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우상호·박주민 등 현역 민주당 의원들의 당내 경선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당 전준위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 당헌·당규를 고치는 게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이 문제는 차후 회의에서 추가로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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