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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위반자 사시합격 1호, 이흥구 판사도 대법관 후보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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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 후임 후보가 배기열·이흥구·천대엽 판사 등 3명으로 압축됐다. [대법원 제공]

오는 9월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 후임 후보가 배기열·이흥구·천대엽 판사 등 3명으로 압축됐다. [대법원 제공]

오는 9월 8일 퇴임하는 권순일(사법연수원 14기ㆍ61)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가 3명으로 압축됐다. 배기열(17기ㆍ54) 서울행정법원장과 이흥구(22기ㆍ57)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천대엽(21기ㆍ56)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다.

이번에 제청대상 후보자로 오른 세 사람은 모두 판사 출신이다. 당초 대법관 다양화의 취지에서 비법관 출신이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빗나갔다. 앞서 사회 각계에서 추천받은 피천거인 중 후보 심사에 동의한 피천거인이 30명가량 됐다. 이중엔 여성 후보자 3명이 있어 여성 후보 제청 가능성도 조심스레 나왔지만, 제청 후보군엔 들지 못했다. 이번 제청 후보자들 역시 서울대 법대ㆍ50대ㆍ남성이라는 기존 공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

배 법원장은 2003년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시작으로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거쳐 올해부터 서울행정법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법원 내에서는 배 법원장이 지나온 이력이 ‘정통 엘리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배 법원장은 직전 서울고법 수석부장으로 법원 내 두루 아는 인사가 많고, 특히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밝다”고 말했다.

배 법원장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지적재산권법 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서울고법 근무 때는 콜센터상담원들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선도적인 판결을 하기도 했다.

천대엽 서울고법 부장판사

천대엽 서울고법 부장판사

또 다른 제청 후보인 천 부장판사는 조희대 대법관의 후임 제청 후보군에도 올랐던 이력이 있다. 천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 연구관으로 두 차례 근무한 이력이 있다. 동료 고법 부장판사는 “천 부장은 재판연구관으로 오래 근무해 형사ㆍ민사 등 이론에 밝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직 판사 역시 “형사 전문가로 대법관이 된다면 형사 재판에서 중요한 역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신망이 높고 청빈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천 부장판사는 후보 선정 때 제출한 자신의  주요 판결로 ‘지적 장애인 아동에 대한 강제추행사건’ 판결을 꼽았다. 2012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장으로 일하며 한 성폭력 사건이다. 천 부장판사는 이 판결을 “아동 및 지적장애인 피해자의 인지적 특성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 판결”로 소개했다.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

이흥구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1993년 임용된 이후 주로 부산지역에서 활동했다. 이 부장판사에게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대학 재학시절 학생 운동을 하다 1985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구속돼 유죄가 확정됐다. 이 일로 학교에서 제적됐지만 1987년 6ㆍ29 선언 이후 특별사면 됐고 이후 복학했다. 이 부장판사는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해 국보법 위반자 중 사시 합격 1호가 됐다. 국보법 위반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대법관 후보에 오르는 셈이다.

이 부장판사는 자신의 주요 판결로 한국 전쟁 직후 보도연맹원들을 대규모 체포해 사형 선고를 한 판결에서 처음으로 재심 결정한 사례를 꼽았다. 대법원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30명 후보군이 추려진 이후 김 대법원장과 가까운 이 부장판사가 유력하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고 언급했다. 한 다른 고법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과 가깝다는 점이 이 부장판사에게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모른다"고 평가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번 대법원에서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 재판제도분과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수정·박태인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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