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당신이 의사냐" 가족면회 거절당한 정신병원 환자 극단선택

중앙일보

입력

정신 질환으로 입원한 장애인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받고 일해온 한 정신병원 세탁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정신 질환으로 입원한 장애인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받고 일해온 한 정신병원 세탁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지난해 6월 A(당시 31세)씨는 지방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퇴사 과정에서 찾아온 우울증이 악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입원 후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병원 측에서 치료를 이유로 A씨 가족의 면회를 거부하면서다.

면회 거절 뒤 이뤄진 극단 선택 

A씨 가족은 이 과정에서 “당신이 의사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주장한다. 와중에 A씨가 병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유족은 면회만 제 때 했어도 비극적인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고 억울해 한다. 병원 측은 “의료법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맞선다.

정신병원 입원환자의 통신·면회 ‘자기결정권’이 침해받고 있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입원환자의 통신·면회를 제한할 수 있다. 환자 보호나 치료 목적이 전제돼야 한다. 최소한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규정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간 면회제한이 관행처럼 자리잡았다는 게 권익위 설명이다.

구급차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프리랜서 김성태

구급차 모습.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재산 노리고 모친 강제입원도 

이를 악용한 피해사례도 이어졌다. 4년 전 재산을 노린 자녀들이 모친을 강제 입원시킨 게 드러났다. 이 여성은 기저귀를 찬 채 정신병원에 사실상 감금됐다. 외부와 전화통화, 면회가 일절 금지됐다. 그러던 중 관리가 허술한 틈을 타 겨우 이웃과 연락이 닿았다. 이후 극적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

이에 권익위는 면회·전화통화 제한 세부 규정을 만들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상태다. 현재 정신병원 내 격리·강박지침은 마련돼 있다. 강박은 환자의 손목이나 발목 등을 묶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 격리·강박 지침은 적용기준과 시간, 강박기구 사용법, 시행일지 작성 등 세부규정을 담고 있다.

정신질환 이미지. 중앙포토

정신질환 이미지. 중앙포토

환자 권리침해 행위 이어져와 

권익위 관계자는 “격리·강박과 달리 통신‧면회 제한은 별도의 지침이 없다”며 “의료진이나 악의적 보호자에 의한 환자의 권리 침해행위가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

상당수 병원에서 ‘권리고지 안내문’도 부실하게 운영됐다. 입원 때 환자·보호자의 기본 권리를 안내하는 조치다. 하지만 진료기록부 열람 및 복사본 청구 등이 빠졌다. 진료기록부는 병원 내 부당한 처우가 발생했을 때 핵심 자료가 된다.

지자체 점검항목도 구멍 

이밖에 정신장애인 치료 도중에 권리침해 행위가 심각할 정도로 발생한다. 2015~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정신장애인 관련 진성서의 결정문을 분석한 결과, 202건(88.2%)의 진정이 정신병동에서 발생한 차별‧폭력을 고발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자체의 점검 항목에는 ‘환자 권리보호’가 빠져 있었다.

권익위는 권리고지 안내문과 지자체 점검항목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권익위 권석원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의 권리 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각종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해 권리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