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랑] 폼페이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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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의 유물은 물론이고 고대 수렵시대의 벽화 등에 남아 있는 그림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성행위를 그린 그림들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그 다양한 체위 중에 현대인들이 말하는 정상위, 즉 남자 상위가 극히 적다는 사실이다.

남녀가 누워서 가슴을 맞댄 포즈에서는 모조리 여성 상위를 보여준다. 그 밖에 많은 것은, 여자만이 침대 위에 있고, 남자는 바깥 쪽에 서 있는 포즈이다.

여자가 반듯이 누운 경우에는 두 다리가 기립자세인 남자의 어깨에 얹혀져 있고, 때로는 여자가 베드에 개같이 늘어붙어 엉덩이를 들이댄 배후에서 남자가 성기를 삽입한 후배위(後背位)가 보인다.

이 그림들을 보면 당초 인류는 개나 고양이처럼 후배위밖에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이 엉덩이를 내민 포즈는 인류 초기의 섹스 포즈일지도 모른다.

성 과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체위는 성교에 따르는 쾌감을 얻는 것보다도 생식이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적합한 자세라고 말한다.

태고에 아마 인류는 성교를 함에 있어 오르가슴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의 조사에 의하면, 뉴기니에 가까운 마누스섬의 여성은 오르가슴은커녕 성교에서 고통밖에 느끼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과 성과학」이란 베스트셀러의 저자 미야모토 다다오씨의 지적에 의하면, 오르가슴은 사회나 문화에 의해서 규정된 심리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역시 후배위는 쾌락의 추구에 있어서는 부적당한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폼페이 스타일에 있어서 또 하나의 의문점은 왜 여성 상위인가, 하는 것이다.

문명권에서 출판되는 대부분의 성 해설교본들은 반듯하게 누운 여자 위에 남성이 덮치는 체위를 맨 먼저 내놓고, 이것이 인간의 정상적 체위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마리노프스키의 「미개인의 성생활」에 의하면, 뉴기니의 트로브리안드 섬에서는 지금도 반듯하게 누운 여자의 엉덩이를 향해 남자가 무릎 꿇은 체위가 정상위로 되어 있다.

이런 포즈라야 ‘여자 쪽에서 몸을 움직이기에 가장 편하다’라고 그 섬사람들은 말한다.

또한 그들은, 백인들이 행하는 골반을 이용한 피스톤 운동을 경멸하고 ‘수평으로 움직이라’고 여자쪽에서 남자에게 요구한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동기에서 남상여하의 체위가 문명사회의 정상위로 굳어진 것일까?

“남자와 여자가 마주보는 편이 해부학적으로 자연스럽다”라고 말한 반데베르데도, 어느 쪽이 위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해놓고 있지 않다.

성에 관한 텍스트 북으로써 가장 많이 팔린 「완전한 결혼」 속에서도 남성 상위가 당연한 것같이 체위를 해설하고, 여성 상위에 대해서는 단지 이렇게 말하고 있을 따름이다.

‘남녀의 입장이 반대로 되는 듯한 체위는 사실상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때때로 시도되어도 무방한 포즈다.’

이 점에 대한 다른 학자들의 답도 매우 애매하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심리적으로도, 기관(器官)상의 특징으로서도 남성이 공격적이고 또 능동적인 데 반해 여성은 수동적이므로 이 체위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라고.

남성들은 그들이 여성에게 눌리는 모습의 성행위로부터 모멸감 같은 것을 느낀다. 그래서 페니스란 무기로 공격적 섹스를 행하는 남성 상위가 정상 체위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 선입관 탓인지 어느 사회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남성 쪽이 주도권을 잡고, 사회규범도 도덕도 남자가 결정짓게 되었다.

이에 따라 성생활에서도 남자가 주도권을 잡고 자기에게 기분 좋도록 하게 되었다. 즉 남자가 성생활에서 능동적이게 된 것은 결과이지 본성은 아니다.

성의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여성 상위의 이점은, 뒤늦은 여성의 성감 상승을 여성 자신으로 하여금 적당히 급상승시키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여성 자신이 적극적으로 오르가슴을 얻기 위해서는 자유로이 움직이는 이 포즈가 유리하다.

여성 상위인 경우는 여성 쪽이 능동적으로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고대 사회 여성들은 바로 이런 잇점 때문에 이 체위를 채용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그들 스스로 욕구 불만 때문에 히스테리가 되는 것을 막을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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