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다녀온지 40일 지났는데…전방부대 의문의 집단감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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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전방부대 장병 1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군 당국은 해당 부대 장병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추가 확진자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인접한 비무장지대(DMZ)로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8사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22일 확진자가 발생한 부대에서 마스크를 쓴 장병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경기도 포천시 8사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22일 확진자가 발생한 부대에서 마스크를 쓴 장병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경기 포천시에 위치한 8사단 소속 부대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22일 15시 기준 군 내 코로나19 누적확진자는 71명(관리 중 13, 완치 58)으로 늘었다.

해당 부대는 확진자 발생 직후 간부를 포함한 모든 병력의 이동을 금지한 뒤 부대 전체를 공동 격리했다. 군 관계자는 “주둔지 병력 220여 명의 검체는 모두 확보했고, 대전 국군의학연구소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오후 3시 현재 검사가 95% 정도 완료됐고 오늘 중 모두 끝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초 확진자 2명과 밀접접촉한 50여 명(간부 10여 명, 병 40여 명)은 1인 격리, 밀접 접촉자로 분류하지 않은 나머지 170여 명은 부대 내 예방적 격리(코호트격리)를 받고 있다.

곽진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환자관리팀장은 22일 오후 브리핑에서 “부대 내에서 확인된 13명은 모두 다 부대 내에 거주하고 있는 병사들이고, 군부대를 출입하는 간부는 모두 음성으로 확인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공군 제1전투비행단은 부대 인근 25개 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 방역을 지원했다. [공군 제1전투비행단 제공]

지난 9일 공군 제1전투비행단은 부대 인근 25개 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 방역을 지원했다. [공군 제1전투비행단 제공]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저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최초 확진자 2명은 5월 말~6월 초 사이에 휴가를 다녀왔다는 공통점만 확인됐다. 20일 발열 증상을 보여 유전자 증폭검사(PCR)를 받은 최초 확진자는 휴가를 다녀온 뒤 40여일 이상 지나 뒤늦게 증상이 나타났다.

곽진 팀장은 “감염 경로를 좀 더 확인하고, 이 부대의 관리상 문제가 있는지는 또 차후에 판단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대본은 군부대 전체의 출입자 명단과 휴가·외출 현황도 파악 중이다.

최초 확진자 중 1명은 지난 10일에도 부대 밖으로 외출도 다녀와 인근 부대와 지역 사회로의 감염병 전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강원 양구군 접경지역 일반전초(GOP)에서 육군 21사단 장병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휴대형 소독용 살포기로 철책 일대를 방역하고 있다. [육군 21사단 제공]

지난해 9월 강원 양구군 접경지역 일반전초(GOP)에서 육군 21사단 장병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휴대형 소독용 살포기로 철책 일대를 방역하고 있다. [육군 21사단 제공]

특히, 집단 감염이 발생한 부대는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25㎞ 떨어진 포천시 신북면에 있다. 북쪽으로 접한 연천군ㆍ철원군에는 일반전초(GOP) 경계작전에 투입되는 5사단ㆍ6사단ㆍ3사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전방부대는 코로나19 발생이 흔하지 않아 군대 내 ‘청정지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전방부대에서 감염 확산의 위기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5월 29일 철원에서도 육군 병사 중 확진자가 나왔다. 인천에서 휴가를 보낸 뒤 부대로 복귀하던 중 부모님이 증폭검사(PCR)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부대 출입 전 발열 증상이 나타나 초기에 격리했다. 이처럼 빠른 조치 덕분에 집단 감염으로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집단 감염은 무증상 감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부대 안으로 전파됐고, 부대 밖으로도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포천군은 확진자가 나온 부대 인근 지역 노인정을 폐쇄하는 등 지역 사회 감염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여름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감염 확산의 3차 위기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연휴 기간을 늘렸다. 부대 밖으로 휴가를 다녀온 장병을 통한 ‘n 차 감염’ 위기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박용한·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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