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감독 김태형의 확신, "야구는 사람의 일이라 예측불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김태형 두산 감독 [뉴시스]

김태형 두산 감독 [뉴시스]

"야구는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예측할 수가 없어요."

‘패기 대신 경험’ 6년차 사령탑 #5년간 한국시리즈, 세 차례 우승 #꾸준히 2위 유지 “큰 그림 봐야” #20경기쯤 남으면 승부수 던질 듯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태형(53) 감독은 "야구는 예측 불가의 영역"이라고 했다. 초보 감독일 때는 "무조건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 내 꿈은 우승 감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그다. 패기로 가득했고, 자신감도 넘쳤다. 프로 사령탑 6년 차가 된 올해, 김 감독은 "한 시즌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느 시점이 승부처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웃었다. 지난 5년의 경험이 그에게 안긴 깨달음이다.

김 감독은 2015시즌을 앞두고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첫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지만,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 역전 우승했다. 이듬해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해냈다. 지난해까지 재임 5년간 매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그중 세 번이나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두산은 올해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20일까지 1위 NC 다이노스에 5.5경기 차 뒤진 2위다. 키움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가 맹추격하고 있지만, 묵묵히 제 페이스를 지키고 있다. 김 감독은 "아직은 무리하게 승부를 걸 때가 아니다. 눈앞의 한 경기보다 더 큰 그림을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인위적으로 상승 분위기를 만들 생각도 없다. 3연전마다 꾸준히 2승 1패를 반복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싶다.

오히려 1년 차 감독들이 의욕에 넘친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최근 "내가 생각하는 승부처는 90~100경기 시점이다. 준비가 다 돼 있다. 여름이 지나면 우리 팀이 더 높은 자리에 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반면 김 감독은 '무념무상'이다. "100경기를 넘어서면 당연히 순위표 윤곽이 드러나게 돼 있다. 그래도 1위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은 그저 매일이 승부처다. 선수들 기량은 계속 변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올 시즌 100%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선발 이용찬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도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주전 내야수 오재일, 오재원, 허경민, 김재호는 돌아가면서 다쳤다. 그렇다고 최고의 멤버와 작전이 최고의 성적까지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베스트 라인업으로 연패도 해봤고, 부상자가 많을 때 의외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 [뉴스1]

김태형 두산 감독 [뉴스1]

실제로 올해 '미지수'가 '상수'로 바뀐 행운의 순간도 자주 만났다. 대체 선발로 투입된 유망주들이 뜻밖의 호투를 했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선수가 소방수 역할까지 맡았다. 1군에서 처음 뛴 선수나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도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힘을 보탰다.

남은 시즌도 어느 지점에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김 감독이 거듭 "정규시즌은 길다"고 강조한 이유다. 그는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면, 시즌이 20경기 정도 남은 시점이 될 것이다. 그때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면, 에이스를 당겨 쓰거나 불펜에 3경기 연투를 시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은 일주일 단위로 밀어붙일 타이밍과 한숨 고를 타이밍을 조율한다. 김 감독은 "접전에도 무조건 필승조를 다 투입하지는 않는다. 여력이 있어야 승부를 걸어야 할 경기에 집중적으로 힘을 쓸 수 있다. 1점 차라 필승조 투입이 꼭 필요하다 해도, 다음날 에이스의 등판이 예정됐다면 아껴둘 수 있다. 필승조를 냈다가 뒤집히면 부정적 여파가 더 길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심만만하던 김 감독은 6년 새 훨씬 '계산적인' 사령탑으로 변모했다. 동시에 그 계산이 언제든 어긋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다. 그 노련함이 위기와 고비에서 더 빛을 발한다. 두산이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여전히 강팀의 위용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