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량껏 마셔라" 대학 신입생환영회

중앙일보

입력

몇해 전까지만 해도 '사발식' 등 강압적 음주문화로 얼룩졌던 대학 신입생 환영회가 최근에는 주량껏 마시는 자율적인 음주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

술을 잘 먹지 못해 신입생 환영회 모임을 걱정했던 이모(18.S대 경제학과 1년) 군은 지난주에 있었던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하기전 '사발식'을 염두에 두고 잔뜩 긴장했으나 술자리에 참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군은 '대학에 입학해 선배들과 술자리를 가지면 부축을 받을 정도로 술을 많이 먹어야 되는 것으로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원하는 사람만, 마실만큼 먹는 술자리'이어서 기분좋게 환영회를 치렀다'고 말했다.

Y대 상경대학에 입학한 이모(18.여) 양도 '대구에 계시는 어머니가 전화로 `선배들이 술을 많이 먹이지 않느냐'는 내용의 걱정어린 전화를 많이 하셨다'며 '원하는 만큼 술을 먹으며 선배들과 대화하는 자리가 좋았다'고 말했다.

Y대 상경계열 4학년 이모(22) 군은 '학부 또는 계열별 모집으로 학생들의 소속감이나 공동체 의식이 상당히 희석됐다'며 '이것이 역설적으로 강압적 분위기의 술자리 문화를 해소하는 한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몇년 사이 대학내에서도 음주로 인한 사망사고가 빈발하고 있는점을 의식, 학생들이 스스로 후배들에게 억지로 권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H대 법학과 3학년 나모(20) 군은 `신입생 및 선배들의 개별화된 특성'과 `학교 공식행사 등에서 학교당국의 지나친 음주에 대한 우려섞인 당부' 등도 무턱대고 술자리 분위기에 이끌려가지 않는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동아리나 특히 동문회 등에서는 아직도 냉면그릇이나 사발에 막걸리나 소주를 가득 따르고 한숨에 들이키는 `사발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사실.

K대 한국사학과 곽모(25) 군은 '요즘은 음주문화가 상당히 자유로워졌지만 신입생 환영회 만큼은 여전히 사발식을 하는 모임이 적지않다'고 귀띔했다.(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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