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허술한 취재가 단독?"…KBS '검언유착' 오보 내부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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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관련 ‘검언유착’ 오보를 낸 KBS가 내부 후폭풍에 휩싸였다. KBS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와 KBS 공영노동조합이 20일 각각 성명을 내고 “KBS 신뢰도 자체에 치명타” “정권의 나팔수인가”라며 비판에 나섰다.

KBS는 지난 18일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제기를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 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전했다. KBS가 입수한 두 사람의 대화 녹취가 ‘스모킹 건’이 됐다고 하면서다.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하지만 보도 이후 이 전 기자는 녹취록 일부를 공개하며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 검사장 측 역시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대화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낸 완전한 허구이며 창작에 불과하고 보도시점과 내용도 너무나 악의적”이라며 KBS 보도 관계자 등을 19일 서울남부지검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진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였으나 19일 KBS는 ‘뉴스9’에서 “KBS 취재진은 다양한 취재원들을 상대로 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지만,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보도 하루 만에 사실상 오보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KBS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성명에서 “보도참사 부른 ‘대화 녹취’의 정체를 밝히라”면서 “정치적인 논란이 될 수 있는 검언유착에 대해 상대방의 팩트체크도 하지 않은 채 객관적인 증거라며 보도했는데 이것이 통째로 허위로 드러날 경우 ‘소설’이라고 비난받는 정도가 아니라 KBS 신뢰도 자체에 치명타를 가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 만에 오보를 사과할 만큼 무리한 보도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허술한 취재가 ‘단독’을 달고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을 물으며 “양승동 사장과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다수의 누군가’로부터 입수했다는 녹취에 대한 정체를 밝히고, 전문을 입수했는지, 직접 취재한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확인 없이 받아쓴 것이 있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 성향의 KBS 공영노동조합도 같은 날 성명에서 “KBS 보도본부 취재팀이 하루 만에 굴욕적인 ‘셀프 항복선언’을 한 셈”이라며 “KBS 보도본부는 소설을 쓴 것인가, 정권의 프로파간다 스피커로 전락한 것인가. 회사 차원에서 진상을 파악하라”고 요구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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