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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공수처법 지극히 위험…대통령에 엄청난 권력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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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최장집 명예교수. 임현동 기자

고려대 최장집 명예교수. 임현동 기자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대해 “대통령에게 또 다른 엄청난 권력을 부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최 교수는 지난달 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한국정치연구』에 기고한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는 제목의 논문에서 “공수처법은 민주주의에 있어 지극히 위험한 법”이라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공수처장 임명권에 특히 우려를 표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강력한 대통령에게 또 다른 엄청난 권력을 부여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리하여 새 법은 대통령을 위한 법이 될 위험성이 높다”며 “이는 대통령의 전제정(専制政)화를 제도화하는 가능성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공수처법이 반대당 인사 또는 정치적 비판자에 대한 공적·사적 제재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직접 민주주의의 한 제도인 주민소환제 또는 탄핵과 유사한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검찰 개혁이 왜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최우선의 개혁 아젠다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답을 찾기가 어렵다”고도 했다.

최 교수가 공수처법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4월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한 학술토론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금도 권한 행사를 자제하는 규범이 없는데 또다시 강력한 법을 새로 만드는 건 위험하다”며 특히 대통령의 권력 초(超)집중화는 한국 민주주의의 각종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동권·빠 세력 결합…민주주의 위기 처해”

최 교수는 같은 논문에서 “촛불 시위 이후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가는 전환점으로 기대됐지만 지금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다”라고도 했다. “이 위기는 학생 운동권 세대의 엘리트 그룹과, 그들과 결합된 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에서 왔다”고 분석하면서다.

이어 “특정 정치인을 열정적으로 따르는 ‘빠’ 현상은 강고한 결속력과 공격성을 핵심으로 한 정치운동”이라며 “가상으로 조직된 다수가 소셜 미디어를 수단으로 공론장을 지배하면서 여론을 주도하고 이견이나 비판을 공격하면서 사실상 언론 자유를 제약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21대 총선에 대해선 “민주화 이후 정당정치의 약화와 왜소화, 나아가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현 상황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우리는 선거 전보다 훨씬 더 거대해진 권력과 영향력을 장착한 대통령과, 더 분절화되고 그동안 우리가 지향하려 했던 정치의 모습으로부터 일탈한 정당정치를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권력과 의회 권력이 불균형과 부조화를 이루며 한국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이끄는 현상을 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특정 시민운동 출신들이 선거를 위해 급조된 정당의 후보로 선거경쟁에 나서고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민운동이 곧 정당이고 곧 시민운동인 현상이 현실이 된 것”이라며 “정당과 운동 간 역할의 전치(轉置) 현상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전개 과정에 있어 분명 역사적 사건”이라고 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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