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의혹’ 수사 속도전…전직 기자 고강도 조사 방침

중앙일보

입력

전 채널A 기자 이모씨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전 채널A 기자 이모씨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채널A 강요미수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속도전에 돌입했다. 이모 전 채널A 기자에 대해 최장 20일간의 구속수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개최도 나흘 남은 가운데 수사팀은 이 전 기자를 연일 불러 조사하는 등의 고강도 수사 방침을 정했다.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다.

전 채널A 기자 구속 후 첫 조사

20일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이날 오후 이 전 기자를 소환해 조사한다. 지난 17일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정식 조사로, 지난 18일에는 검사와의 면담만이 진행됐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의 구속 기간 동안 집중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속 기간은 형사소송법상 최장 20일이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를 상대로 가능한 한 연일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수사팀은 이 밖에도 의혹을 보도한 MBC의 장모 기자도 이날 오전 비공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장 기자는 시민단체로부터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대리인 역할을 자처한 ‘제보자 X’ 지모씨도 지난 16일 검찰에 소환됐다.

한동훈 검사장. [뉴스1]

한동훈 검사장. [뉴스1]

수사팀 초점은…검사장과의 ‘공모’

수사팀의 이같은 고강도 조사 방침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를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수사를 통해서 공모 관계 등을 규명하겠다는 게 수사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법원이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 전 기자가)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밝히면서 수사에 ‘명분’도 더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공개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사이 대화 녹취록 내용을 보면 공모관계 입증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이 공모한 내용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다. 녹취록상에서 한 검사장은 ‘금융 범죄를 정확히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거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해 ‘관심 없다’는 등으로 언급했다.

한 검사장은 녹취록을 통해 두 사람이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한 KBS에 대해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KBS는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며 사과했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설치된 채널A 현장 중계석 좌우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건물이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설치된 채널A 현장 중계석 좌우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건물이 보인다. [연합뉴스]

4일 남은 심의위원회, 수사 제동 걸릴까

수사팀의 속도전은 오는 24일 열리는 수사심의위에서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시민의 시각에서 사건을 판단하는 수사심의위에서는 그간의 수사 과정 등을 살펴본 뒤 권고 의견을 낸다. 수사심의위 의견은 권고적 효력밖에 없지만 ‘수사 중단’ 등의 결론이 날 경우 수사팀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법원이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전반의 평가다. 법원이 증거인멸 정황을 인정함에 따라 영장이 발부될 수는 있지만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적은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까지 된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도 있다. 아울러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통상적이지 않은 영장 발부 사유도 일각의 비판 대상이 됐다.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에서는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점 등을 근거로 수사가 계속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측은 이에 적극 반박하며 맞설 예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수사에 제동을 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수사팀의 현재 입지나 주장이 공고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수사심의위, 시민의 판단이 수사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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