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미훈련 봐서 '쌍십절 도발'? 김정은 '전쟁 억제력' 속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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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가 19일 전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와 비공개회의 내용을 놓고 군 내부에선 “북한이 수위조절에 나섰지만, 도발 가능성까지 닫은 건 아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직접적인 대남·대미 비난 대신 무기개발 계획을 시사하는 식으로 군사 행동의 여지를 남겨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군 당국자는 이날 북한 매체의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 보도에 대해 “긴장 국면을 더 고조시키지 않으려는 북한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 같다”면서도 “전력증강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 특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도 내용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18일 열린 회의에서 사상교육, 조직관리 등 내부 문제가 주로 다뤄진 점이 우선 눈에 띈다. 노동신문은 “인민군 지휘성원들의 정치사상 생활과 군사사업에서 제기되는 일련의 문제들을 지적하고 인민군대 지휘관, 정치 일꾼들에 대한 당적 교양과 지도를 강화하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됐다”며 “무력기관의 주요 직제 지휘 성원들의 해임 및 임명에 관한 조직문제가 취급됐다”고 밝혔다.

군사적 행보를 언급하는 내용은 이후 제시됐다. 신문은 별도의 비공개회의에서 “조선반도 주변에 조성된 군사 정세와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중요 부대들의 전략적 임무와 작전동원 태세를 점검하고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기 위한 핵심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전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이 같은 보도가 의도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조선반도 주변에 조성된 군사 정세와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이라는 표현은 8월로 예정된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가 연합훈련을 어떤 수위로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북한이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회의에서 핵심적인 중요 군수 생산계획지표들을 심의하고 승인했다”는 문장이 곧바로 이어지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해나가면서 일단은 정세를 관망하겠다는 북한의 속내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조선중앙TV가 2018년 2월 8일 오후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가 등장했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2018년 2월 8일 오후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가 등장했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한·미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군사적 압박에 나선다면 그 시기가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오는 10월 10일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6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북한군이 당 설립 75주년 행사 준비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 장비고 신설과 김일성광장 보수 등 열병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과거 대대적인 열병식을 열 때 화성-15형과 화성-14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밝힌 ‘핵심적인 중요 군수 생산계획지표’가 ICBM일지는 좀 더 봐야 한다”며 “한·미 연합훈련, 노동당 창건일, 11월 미 대선 등 주요 현안이 잇따라 예정돼있어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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