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험 부정행위로 몸살을 앓은 대학들이 2학기에는 대면시험을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정성 논란이 커지며 학생 사이에서도 시험은 오프라인에서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달 초 연세대는 2학기 모든 과목의 중간 및 기말시험을 대면으로 치른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의는 온라인 중심으로 하기로 했지만, 시험만은 대면을 원칙으로 한 것이다.
연세대처럼 비대면 수업·대면 시험 원칙을 밝히는 학교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 14일 경희대는 2학기 중간·기말시험을 대면으로 치르기로 결정했고, 1학기 기말고사를 대면으로 치른 한양대도 2학기 전면 대면 시험 실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행위 기승…비대면 시험 포기 속출
1학기 온라인 시험을 시행한 대학들이 대면시험으로 전환한 배경에는 학생들의 시험 부정행위가 있다. 1학기에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비롯한 대다수 대학에서 학생들이 대규모 익명대화방을 만들어 정답을 공유하며 시험을 본 사실이 드러났다.
중간고사에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대학들이 부정행위자를 엄벌하겠다고 밝혔지만, 기말고사에서도 부정행위는 이어졌다. 익명대화방에 참여한 학생들은 "익명대화방은 사용자를 찾아낼 수 없다"며 계속 정답을 공유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중간고사를 치러보니 온라인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었다"면서 "아직 확정은 하지 않았지만, 2학기 시험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역 vs 공정성'…학생 의견 엇갈려
시험 방식을 두고 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대면시험은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시험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대면시험이 불가피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지난달 5일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권과 생명권을 무엇보다 우선의 가치로 두는 행정을 펼쳐주기 바란다"며 학교 측이 예고한 기말고사 대면 평가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는 학생에게 학교 관계자가 '혈서'를 써오라고 말해 막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한양대에서는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학생에게 학교 관계자가 '비대면 시험을 원하면 학생들의 혈서를 받아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기말고사 부정행위에 대면시험 지지 늘어
대학생 나모(23)씨는 "이제 부정행위를 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우려했다. 대학생 박모(21)씨는 "부정행위 대안으로 선택적 패스제나 절대평가가 도입됐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평가할 순 없다"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 대면시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가 가을철에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 전면 대면시험을 두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대학이 대면시험을 보면 한 번에수천 명이 몰릴 수 있기 때문에 구에서도 긴장하고 있다"면서 "아직 문제는 없었지만, 방역 상황에 따라 철저하게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