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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V자 반등에도, 세계 경제는 ‘W자 더블딥’ 불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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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경제는 1분기에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6.8%)을 기록했지만 2분기(3.2%)에 극적인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딛고 ‘V자형 반등’을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히려 ‘W자형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빨라지면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는 미국은 ‘L자형 침체’(경기 하강 이후 장기 침체)로 돌입할 수 있다는 부정적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회복세 미약, 미국 코로나 재확산 #IHS마킷 “연말께 2차 경기 하강” #NYT도 V자 반등에 회의적 전망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5.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에는 4.4%의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다. IHS마킷은 “2차 경기 하강의 시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될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1차 침체보다 더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침체의 향방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의 확산세다. 각국이 코로나19에 따른 셧다운(폐쇄)을 다시 도입하면 간신히 온기가 돌기 시작한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어서다. 이미 ‘빨간불’은 켜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일일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25만9848명 늘었다. 하루 신규 확진자로는 최대치였다.

경제의 기초 체력이 떨어진 탓에 잠깐의 반등세를 이어갈 힘도 달린다. IHS마킷은 보고서에서 “재정과 통화의 추가 부양책이 없으면 경기 회복을 위한 주요 동력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간신히 떠받친 ‘돈의 약발’이 사라지면 힘 빠진 경기가 다시 하강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설명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비슷한 생각이다. CNBC에 따르면 다이먼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실업률과 연체율이 올라간다. 대손상각(대출에 대한 금융회사의 손실처리)은 늘어나고 집값은 내려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 중 어떤 것도 맞지 않는 상태”라며 “오히려 저축과 소득이 늘고 주택 가격은 올라 경기 침체의 충격을 당장 느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돈줄을 푼 탓에 가계와 시장이 착시 현상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을 위해 풀었던 ‘수도꼭지를 조이면’(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리면) 충격파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JP모건은 올해 미국의 실업률을 11% 수준으로 내다봤다. 지난 4월 전망치보다 4.3%포인트 높였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예상한 실업률은 23%에 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14일 세계 경제 전망을 주제로 한 전화 콘퍼런스에서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35%(전 분기 대비 연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 성장률은 20%로 반등하겠지만 4분기에는 6%로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경제 전문가 상당수가 V자형 경기 회복에 회의적”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침체가 경제에 영구적 손상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의 고통스러운 하강이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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