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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기자 구속은 검사장 수사 징검다리? 검사장 측 "조사 일정 조율 중"

중앙일보

입력

이모(35)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모(35)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모(35) 전 채널A 기자를 구속한 건 공모를 의심하는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을 겨냥한 수순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팀은 특히 이번 사건의 제보자 지모(55)씨가 이 전 기자가 들려줬다고 주장한 한 검사장과의 통화 음성 파일 원본이나 이와 관련된 진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을 곧 소환할 계획이며 한 검사장측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구속 바로 다음 날 수사팀 면담 진행

19일 검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는 18일 이 전 기자를 불러 2시간가량 면담을 진행하고 향후 조사 일정 등을 상의했다.

이 전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라고 강요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고 의심한다.

제보자 지씨 "한동훈 맞다"던 대화 파일 찾는 수사팀

제보자 지모씨가 MBC가 채널A 관련 보도를 하기 하루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인터넷 캡처]

제보자 지모씨가 MBC가 채널A 관련 보도를 하기 하루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인터넷 캡처]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 파일 원본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파일을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본다는 의미다. 제보자 지씨는 지난 3월 MBC 보도에서 "채널A 기자가 한 검사장과 나눈 통화 내용을 들려줬고, 이는 자신이 알고 있던 한 검사장의 목소리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구속된 이 전 기자에게 관련 진술을 끌어낼 수도 있다. 이 전 기자 측은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해당 녹음 파일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파일 자체가 없는 상태"라며 "이 전 기자는 구속됐지만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수사팀은 조만간 한 검사장에 대한 조사를 위해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장이 소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부산 녹취록 대화 보도에 "완전한 허구"

검언유착 의혹 개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검언유착 의혹 개요.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7일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를 입증한 결정적 증거로 지난 2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부산에서 나눈 대화 녹취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KBS는 18일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유시민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전 기자 변호인은 19일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변호인은 "부산 녹취록상 유시민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하자는 대화가 전혀 없다"며 "이 전 기자의 반복된 질문에 한 검사장은 '관심 없다'라고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KBS는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 전 기자 변호인은 "부산 녹취록에는 총선, 야당이라는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조만간 부산 녹취록 일부를 공개할 의사를 내비쳤다.

한 검사장 변호인도 이날 입장문에서 "KBS 보도는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대화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낸 완전한 허구"라며 "보도시점이나 내용이 너무나 악의적"이라고 밝혔다.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와 관련된 논란도 번지고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를 아예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당시 둘의 '공모관계를 밝히기 위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결국 이 전 기자의 구속으로 한 검사장을 잡겠다는 수사팀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준 것"이라며 "영장 발부 사유에 사실상의 강한 유죄 심증을 드러낸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수사팀이 영장에 '검사장과 공모했다'는 내용을 뺏는데, 이는 한 검사장이 이 사건에 관여한 사실을 전혀 증명하지 못했는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 아니냐"며 "이대로면 이른바 '검언유착'이라는 말 자체도 성립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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