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補藥)은 보약(寶藥)이 아니다! -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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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인 진단에 의한 올바른 처방이 바로 보약이다!

진단에 의한 다양한 치료원칙의 기초 위에서 비로소 한약 처방이 구성되는데, 이 중에 순수한 보약만으로 치료에 임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위의 8가지 처방원리를 명확히 세운 다음, 인체의 전반적인 조절과 원인치료에 역점을 두는 것이다.

한의학을 보약의학(補藥醫學)이라는 생각하는 것은 정말 지양해야 할 생각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무조건 몸에 좋은 약이란 없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만 한다면 정말로 나물 한 접시도 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한국에는 의료 면허가 없는 의사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다고 합니다. 무면허 진료를 하는 사람이 많다라는 말이 아니라 정확한 근거 없이 듣는 사람이 죽건 말건 아무렇게나 흘리는 비합리적인 의료상식이 범람한다는 말입니다. 왜 이런 말이 통하느냐 하면 한약이 비교적 부작용이 적어, 그런 말을 듣고 약을 써도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는 어느 한의사의 말이다. 그러나 이 말도 적절한 것이 아니다. 한약도 그 성질이 아무리 평(平)해도 잘못 사용하면 분명히 부작용이 나타난다.

보약(보법을 사용해 처방하는 약)이라는 것은 한방에서 굉장히 중요한 치료방법 중의 하나이다. 내가 느끼지 못할 정도의 부작용만 있다고 해서 좋은 약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흑염소라든가 개소주도 물론 약이 된다. 그러나 이는 한의사의 정확한 변증에 의한 처방이 들어갔을 때에 해당한다. 개나 염소는 영양실조 상태의 환자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므로 영양제의 측면에서 이를 이해해야 한다. 엄밀히 말해 약은 아닌 것이다.

보약을 왜 먹어야 하는 지의 의미도 모르고, 정확한 진료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먹는다면 길바닥에 돈을 버리는 것과 진배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한 마디로 보약을 무슨 영양제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개소주 집이나 건재약방, 한약방, 약국, 하물며 요즘은 어떤 회사에서도 정확한 진료를 배제한 약제를 과대 광고하면서 강권(?)하고 있다. 효과가 나든 나지 않든, 그리고 사람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은 채 금전만 추구하는 일부 부도덕한 상혼(商魂)과, 한방을 무슨 보약만 다루는 것인 줄 알고 있는 것같은 작금의 상황들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보약은 사람의 오장육부(五臟六腑)의 균형을 파악한 후 상대적으로 기능이 저하된 장부(臟腑)를 중점적으로 기능을 회복시켜 다른 장기와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 보통사람을 슈퍼맨(?) 만드는 것이 보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방금 언급한 장부(臟腑)의 균형뿐 아니라 음양(陰陽)과 한열(寒熱), 표리(表裏), 허실(虛實), 12경맥(經脈)의 기능조화, 체질로 인한 국소적(局所的) 불균형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 또한 알아야 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보약은 허증(虛證)을 보(補)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치료약이다. 몸의 정기가 허(虛)한 상태라면 병이 더 발전하여 다른 큰 병을 유발하기 전에 반드시 보약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동양의학의 최고 최대의 경전(經典)이라고 일컫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이란 의서(醫書)가 있다. 이 책에서는 병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로 '정기(精氣)의 허(虛)'를 들고 있다.

간단히 말해, 정기(精氣)가 충실하면 사기(邪氣: 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 혹은 치병요인)가 함부로 인체에 침입하지 못하게 하며 비록 침입하더라도 이를 쉽게 물리쳐 병이 생기지 않게 하지만, 정기가 허(虛)하면 이를 이기지 못해 병이 생기며 또 오래 끈다는 이론이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보약(補藥)은 치료약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보약(補藥)은 전문인의 정확한 진단에 의해 올바르게 사용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보약(寶藥)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보약에 대한 최소한 이 정도의 상식만이라도 갖추어야 그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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