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補藥)은 보약(寶藥)이 아니다! -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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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

우리는 보약이란 말에 대한 의식이 잘못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보약이란 것이 말 그대로 보약(補藥)이 아닌 채 '보약(寶藥)'으로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아프지도 않은데 그냥 먹어도 되는 것으로 생각을 하기 쉽다. 치료라는 개념은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한 일반인의 생각을 노린 얄팍한 상술을 부리는 의사나 기타 한약을 다루는 사람들의 의식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 그런데... 제가 먹은 한약이란 것이 좀 모호한데요... 한의원에서 진맥하고 지은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저를 위해 의사와 무관하게 건강원에서 흑염소에다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달여왔습니다… 고1이었는데 그 당시 저는 한약을 무조건 안 먹으려 했습니다. 한의대가 있는 지도 몰랐고, 한의사와 한약방 주인도 구별 못했죠. 한약 먹으면, 보약 먹으면, 녹용 먹으면, 머리 나빠져서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줄 알고 무조건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누구나 다 먹는 흑염소라면서 저를 설득했고 결국 저는 이 약을 먹게 되었습니다."

이 말은 보약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어떠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예라 하겠다.

또 요즘 어느 곳에서는 무슨 무슨 엑기스라고 해서 상품화 되어 나오고, 각종 동ㆍ식물에 한약재를 첨가해서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런 것도 과연 보약으로 보아야 할까?

보약의 정확한 개념

우리는 우선 보약에 대한 정확한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아야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의학적으로 쉽게 말해 인체의 음(陰), 양(陽), 기(氣), 혈(血)이 부족할 때, 그리고 오장육부(五臟六腑) 중 허(虛)한 장부(臟腑)가 있거나 제구실을 못하는 경락(經絡)이 있는 상태에서 사용하는 것이 보약이다. 그리고 양방에서는 병으로 치지 않는 소위 '신경성'이라고 일축해 버리는 그런 질병 중에서 인체의 정기(精氣)가 허약해 생기는 질병을 치료하는 약도 보약의 일종이라 할 수 있겠다.

"저는 평소에 몸이 약하고 감기에 잘 걸리는 편입니다. 이번에는 혹독한 감기가 걸렸어요. 누워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지요. 목이 간질 간질하고 기침도 많이 나고 그랬는데 누가 한약을 지어주었어요. 많은 양은 아니고 서너 첩이었습니다. 근데 한 첩을 먹고 잤더니 다음날 땀이 좀 나면서 목에 간질간질한 것이 없어지고 기침도 안 났지요. 약을 계속해 먹으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활동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고 몸에 힘도 나는 것 같았어요. 양약을 먹어도 별 효과도 없었는데 한약 몇 첩을 먹고 똑 떨어지게 된 것에 대해 정말 신기했고 기분이 좋았지요 "

이는 보약과는 다른 측면의 이야기이지만 한약의 효능을 입증하는 말이다. 몸이 허약한 사람이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는 인체의 정기(正氣)가 허약해서 감기를 일으키는 나쁜 기운을 막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기에 걸려도 빨리 낫지 않고 시일을 오래 끈다. 이 때 적당히 보약을 가해 사용하면 몸의 정기(正氣)를 도와 감기를 빨리 물리치게 한다. 이런 경우에는 보약이 바로 치료약이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무턱대고 한의원에 가서 보약 한 제만 지어달라고 한다. 보약을 한의학 방제 중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인이 많다는 얘기다.
그러면 양식 있는 의사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 무슨 보약을, 어떻게 지어 드릴까요? "

한약이란, 환자의 얼굴과 체형(體形)을 살펴보고, 병에 대해 묻고 대답하며, 체취나 대소변까지도 살피며, 진맥(診脈)과 함께 환부를 직접 만져보는 등 종합적인 진단을 통해 가장 적절한 치료원리에 입각해 투여될 때 약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무조건 몸에 좋은 약이란 없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십전대보탕, 쌍화탕 등의 약을 보약이라 하여 아무나 아무 때나 막 먹어도 몸에 좋을 거라는 생각은 정말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한약 처방의 종류에 대해

한의학에는 처방하는 원리에 대한 분류가 많다. 여러 가지 의학서적에 기록되어 있지만 《경악전서(景岳全書)》란 의서에 나타나 있는 내용을 대략 인용해 보자.

1. 보방(補方:보약): 인체의 허약한 부분을 보강해주는 처방이다.

보약의 종류(대략적인 분류)

    (1) 보기방(補氣方) - 기허처방(氣虛處方), 즉 기(氣)가 허약한 경우에 사용하는 처방
    (2) 보혈방(補血方) - 혈허처방(血虛處方), 즉 혈(血)이 부족한 경우에 사용하는 처방
    (3) 보양방(補陽方) - 양허처방(陽虛處方), 즉 양기(陽氣)가 부족한 경우에 사용하는 처방
    (4) 보음방(補陰方) - 음허처방(陰虛處方), 즉 음액(陰液)이 모자란 경우에 사용하는 처방

허약해진 경우라도 사람마다 그 원인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그 메커니즘이나 한약의 구성도 판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이는 마냥 "보약 주세요"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무슨 약을 주어야 할 지에 대한 분명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공방(攻方) : 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이 항성(亢盛)해 있는 것을 공격하는 처방이다.
3. 화방(和方) : 기혈음양(氣血陰陽), 승강한열(升降寒熱)의 균형실조를 바로 잡는 처방이다.
4. 산방(散方) : 표증(表證), 즉 인체의 표피(表皮)에 병을 일으킨 나쁜 기운이 맺혀있는 것을 흩어
버리는 처방이다.
5. 한방(寒方) : 열을 제거하는 처방이다.
6. 열방(熱方) : 한기(寒氣)을 없애주는 처방이다.
7. 고방(固方) : 설사, 유정(遺精), 유뇨(遺尿) 등 비정상적으로 흘러내리는 증상을 거두어 주는
흩어처방이다.
8. 인방(因方) : 병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을 찾아 이에 적합하게 내리는 처방이다.

각 처방의 의미와 한의학적 설명은 너무 내용이 많고 전문적이라 생략한다.

이상에서 보듯이 한의학에서는 단지 '보약'만을 가지고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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