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AI 정부·그린 스마트 학교… ‘K뉴딜’이 국면전환 카드 될까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판 뉴딜’이 오늘(14일) 구체적 청사진을 드러낸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서 추진 기획단을 신속히 준비하라”(4월 22일)고 관계부처에 지시한 지 3개월 만이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13일 “한국판 뉴딜은 국력 결집 프로젝트”라면서 “정부 단독 프로젝트가 아니다”라고 했다. ‘종합계획 대국민 보고대회’로 이름붙인 행사에 네이버 한성숙 대표,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을 라이브로 연결할 계획을 밝히면서다.

“정부의 마중물 역할과 기업의 주도적 역할이 결합하고 국민의 에너지를 모아”(윤 부대변인) 추진한다는 의미인데, 국가 거시 정책 발표에 대기업 경영진이 동원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민간의 정책 개입 유도에 적잖은 비중을 둔다는 메시지로 그간 당·정에서는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 논의 때마다 “국가 재정 투입만으론 역부족이다. 대기업을 비롯한 시장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다”(정책위 고위 관계자)란 의견이 거듭 나왔다.

AI정부·그린스마트 학교 등

보고대회에서는 그간 민주당과 정부가 논의해 만든 ‘시그니처’ 중점 사업이 제시된다. K뉴딜의 두 축으로 꼽히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에서 각각 ‘인공지능(AI) 정부’와 ‘에너지 분권’ 계획 등 내용이 포함된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AI정부는 현재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전자정부의 가장 진화된 형태를 구현하자는 것”이라면서 “부처·기관별로 흩어져있는 데이터를 한데 모으고, 궁극적으로 금융·의료·교육 등 민간 영역의 핵심 정보까지 한 플랫폼에서 접근해 다룰 수 있는 융합형 정보 기반을 구축하자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 의장(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3차 추경 당정협의에 참석해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 의장(왼쪽)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3차 추경 당정협의에 참석해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 분권은 공기업(한국전력) 독점 전기 공급 체계를 허물고, 각 지자체별로 별도 발전사업 모델을 가지도록 시스템을 새로 짜는 작업이다. 민주당 정책위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도 같이 전력 사업에 참여해 각 지자체별로 나오는 수익을 이익공유형으로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게 에너지 분권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전기라는 오랜 공공재를 민간 영역으로 일부 개방한다는 의미와 함께, 중앙집중된 에너지 공급 권한·책임을 지방에 이양한다는 지방분권 취지도 살리는 사업이다.

당·정은 이 밖에도 디지털·그린 개념을 결합한 ‘융합형 사업’도 다수 발표한다. 시그니처 과제로 ‘그린 스마트 학교’를 꼽을 수 있다. “전국 노후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데, 오래 전에 건축된 낡은 학교부터 그린 리모델링을 하고 거기에 화상·언택트(비대면) 기기를 최첨단으로 구축하는 사업”(민주당 관계자)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교육 수요가 급증했고, 부분 등교로 실제 공사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체감 반응이 좋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연쇄 악재 분위기 바뀔까

지난 4월 문 대통령 지시 이후 민주당과 정부는 ‘K뉴딜’이란 이름 아래 세부 정책 마련에 들어갔다. 앞서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35조1000억원) 중 13.6%에 해당하는 4조8000억원을 한국판 뉴딜 사업 예산으로 배정했다. 코로나19 재확산 대비차 편성한 ‘K-방역 및 재난 대응 예산(2조4000억원)’보다 두 배 큰 규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3차 추경안 국회 통과와 맞물려 당에 ‘K-뉴딜위원회’를 꾸리고 직접 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했다. 익명을 요구한 위원회 관계자는 “2주간 소속 의원 전원이 주말도 없이 국회에 나와 회의를 거듭했다. 당에서 정책 주도권을 쥐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K뉴딜을 통해 부동산 대책 등으로 악화한 민심을 회복세로 돌리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초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계획했는데 박원순 시장 사망으로 하루 미뤄졌다”며 “K뉴딜에 정권 하반기 국정운영 주력 과제를 다 담았는데, 박 시장 죽음에 부동산 논란까지 겹쳐 국민 관심이 기대보다 낮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K뉴딜을 일종의 여론 국면전환용 카드로 인식하는 기류가 강하다. 정부 관계자는 “당에서 전봇대를 없대는 전선 지중화(地中化) 등 전국 단위 생활밀착형 사업을 요구해 이를 정책 계획에 대부분 반영했다”고 했다.

당·정은 장기 과제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고용·사회안전망 강화로 대폭 보완할 방침이다. K-뉴딜위원회 기획단장을 맡은 정태호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정부 등 디지털 뉴딜 추진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자리 감소 문제를 묻는 질문에 “혁신과 포용을 병행하면서 국민 취업지원제도, 상병수당,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생계급여의 의무부양 제도 폐지 등을 세부 정책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의론이 나온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9일 “확실한 정책목표 없는 그린뉴딜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벗어날 수 없다”며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