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소시지 육가공품 방사선 멸균 첫 허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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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2일 그동안 식물성 식품 위주로 허용하던 멸균.살충용 방사선 조사(照射) 를 소시지.햄 같은 육가공품 등 동물성 식품 일부에도 허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방사선을 쪼인 식품에 대해 표시제를 엄격히 운용할 것과 안전성 추가 검토를 요청하는 소비자단체들과의 논란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날 국내 방사선 조사 허용식품에 햄버거용 분쇄육.미트볼 등 분쇄가공육 제품,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 제조용 냉장 및 냉동식육 등 18개 품목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방사선을 쪼여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은 감자.양파.된장.고추장.인삼.건조채소류.건조한 식육 분말 등 19개다.

방사선 조사는 식품내 식중독균 등을 죽여 보존기간을 늘리거나 감자 등의 싹이 너무 빨리 트는 것을 막기 위해 식품에 낮은 양의 방사선을 쏘여주는 것이다. 미국 등 37개국에서 이를 허용하고 있다.

식의약청은 "기준량 이하의 방사선을 쪼이는 것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세계보건기구가 밝힌 바 있다" 고 말했다.

식의약청 김희연 식품규격과장은 "다음달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식품위생심의위원회를 열어 방사선 조사 대상을 최종 확정, 고시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추가 허용품목은 낙농제품 외에 모든 계란분말 제품, 미숫가루 등 가공식품 제조용 곡류, 어포.해삼 등 가공식품 제조용 건조수산물, 콩과 콩가루류, 메주, 자장소스 등 소스류, 녹차 등이다.

또 키토산 가공식품.꽃가루 가공식품.조류(藻類) 식품 등 건강보조식품, 건조 파인애플 등 제조원료용 건조과일류, 라면수프 등 복합조미식품에도 방사선을 쐴 수 있게 된다.

식의약청 관계자는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식육의 경우 가공식품 제조원료용으로만 허용하고 정육점.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식육에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고 말했다.

쇠고기 등 육류에 대한 안전을 책임지는 농림부는 아직 이에 대해 확실한 입장표명이 없다.

농림부 노경상 축산국장은 "식의약청과 협의해 식육에 방사선 조사를 허용할 것인가를 곧 검토하겠다" 며 "방사선을 쏘인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올 경우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겠다" 고 말했다.

정부 방침이 알려지자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소시모) 등 소비자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소시모 이혜숙 홍보부장은 "방사선 조사가 일단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장차 새로운 위험성 등이 추가될 여지가 있으므로 확대를 유보해야 한다" 며 "일본의 경우 감자 한 품목에만 방사선 조사를 허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들은 또 유명무실한 방사선 조사 표시제의 철저한 시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에 대한 방사선 조사는 1987년 감자.양파.마늘 등에 처음 허용한 데 이어 91년.95년에 허용대상을 확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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