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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 논란' 불거진 故백선엽 장군···결국 대전 현충원 안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별세한 고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장지가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을 놓고 불거진 ‘장지 논란’ 끝에 유족 측이 대전현충원 안장을 신청하면서다.

11일 서울 아산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 영정 사진은 2013년 7월 중앙일보와 인터뷰 당시 촬영된 것이다. 박용한 기자

11일 서울 아산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 영정 사진은 2013년 7월 중앙일보와 인터뷰 당시 촬영된 것이다. 박용한 기자

국립묘지를 관리하는 국가보훈처는 11일 “백 장군 유족 측이 대전현충원 안장을 신청했고 통상적인 현충원 안장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심의 절차를 거쳐 백 장군을 대전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규정상으로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에는 문제가 없다. 백 장군은 한국군 최초 4성 장군이자 한국전쟁 초기 전세를 역전하는 계기가 된 ‘낙동강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무훈 등으로 2차례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바 있다.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 등 각계 인사의 조화가 놓여있다. 박용한 기자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 등 각계 인사의 조화가 놓여있다. 박용한 기자

문제는 백 장군의 생전 행적 평가를 둘러싸고 보·혁 세력 간 정치권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비역 단체 등에선 백 장군의 공로를 고려하면 대전현충원보다 서울현충원 안장으로 예우를 다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실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 서울현충원에 백 장군의 묘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현충원은 현재 장군 묘역이 꽉 찬 상태로 새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보훈처의 설명이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친일 행적'의 과오가 있다며 현충원 안장도 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다른 곳으로 이장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고 백선엽 예비역 장군이 용산 전쟁기념관 한국전쟁 영웅 흉상 앞에 섰다. 권혁재 기자

고 백선엽 예비역 장군이 용산 전쟁기념관 한국전쟁 영웅 흉상 앞에 섰다. 권혁재 기자

이에 백 장군 측 관계자는 “경상북도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장지로 검토한 적이 있지만 국가가 관리하는 곳에 개인 묘지를 만들면 특혜가 될 수 있어 더 논의되지 않았다”며 “백 장군 스스로 대전현충원을 장지로 알고 별세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차려진 서울아산병원의 빈소에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홍구 전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계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영정사진 양쪽에 생전 받은 태극무공훈장과 미국 은성무공훈장이 놓였고 빈소 안에는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무총리, 정경두 국방부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전두환 전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 박사의 조화가 놓였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백 장군은 진심으로 그리워질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며 “백 장군의 가족과 친구에게 진심 어린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고 밝혔다.

백 장군의 장례는 서욱 육군참모총장이 장의위원장을 맡아 5일간 육군장으로 치른 뒤 영결식은 오는 15일 오전 7시30분 서울아산병원에서, 안장식은 11시30분 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서 열 예정이다.

이철재·이근평·박용한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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