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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집 팔아라, 11개월 시한부 최후통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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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호 01면

초강력 보유·거래세 칼 뺀 정부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의 총 시세가 30억원이면 3800만원, 50억원이면 1억원 이상으로 종합부동산세가 는다.”

총 50억 규모 집 가진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매년 1억 이상 #생애 최초 특별공급 민영에도 적용 #공급 늘릴 방안은 발표서 빠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개한 부동산 보완대책을 이렇게 설명했다. 다주택자가 실거주 이외의 주택을 내놓도록 하기 위해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한꺼번에 올린다는 것이다. 취득세의 경우 2주택은 8%, 3주택 이상은 12%가 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도 기존 3.2%에서 두 배 가까운 6%까지 높였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적용하는 중과세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 더 높인다. 기본세율까지 합치면 2주택자는 양도차익의 62%, 3주택자는 72%를 세금으로 내게 됐다. 1주택이라 하더라도 단기차익을 노린 주택거래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많이 매긴다. 1년 미만 보유는 70%, 2년 미만은 60%까지 부과한다. 다만 양도세 중과는 내년 6월1일 시행된다. 내년 5월까지는 팔고 나갈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반면 무주택자를 위한 생애최초 주택 마련은 지원한다. 처음으로 민영주택에도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신설한다. 비중은 민간택지 분양 물량의 7%, 공공택지는 15%로 정했다. 국민주택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도 기존 20%에서 25%로 늘린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더 많은 신혼부부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월 평균소득 120%(맞벌이 130%)에서 130%(맞벌이 140%)로 완화한다.

22번째로 내놓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여전히 세금으로 수요를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세금만 가져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지방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재산세는 주택 가격의 1% 안팎이지만 취득가격을 기준으로 매기고, 매년 인상 한도가 2% 정도다.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면 기존 주택 매각 차액에 대한 세금 납부를 미뤄준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집을 살 때 최고 15%의 등록세를 낸다. 그러나 가구 평균 1800파운드(270만원)인 재산세(카운슬세)는 소유자가 아니라 실제 거주자가 낸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싱가포르의 경우 취득세(인지세)는 7~15%지만 양도세는 거의 없다. 부동산을 사고, 보유하고, 파는 단계마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세금을 매기는 나라는 드물다.

수요만 억누를 뿐 공급 확대 방안이 빠져있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도심 고밀도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조정, 기관 이전 용지 활용 등의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서울의 강남권 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서울시와 협의해 왔으나 결국 검토 대상에서 빠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가 3년 전 종부세 합산배제, 양도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며 장려했던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한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모든 전월세가 임대주택처럼 되기 때문에 굳이 세제 혜택을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임대 의무기간 4년인 단기임대와 아파트를 산 뒤 8년간 세를 놓은 장기임대는 사라지고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 다가구 주택에 대한 장기임대는 유지된다. 다만 기존 임대사업자에게 주던 혜택은 의무기간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둔다. 정부는 160만채의 임대주택 중 상당 부분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말까지 의무기간이 끝나는 임대주택은 48만채, 이 가운데 아파트는 12만채다. 이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책은 재건축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공급 계획이 빠져있다”며 “시장에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게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현실적인 공급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한은화 기자, 세종=조현숙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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