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만성신부전 환자가 자가격리 중 투석 시기를 놓쳐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경기도 성남에 사는 A씨는 진료를 보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일부 겹쳤기 때문이다. 만성신부전 환자인 A씨는 당장 격리 다음 날 투석을 받아야 했지만 기존 A씨가 다니던 병원에서는 투석을 할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성남보건소에 의뢰해 투석이 가능한 병원을 찾으려 했지만 전부 거절당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 병원에서 다른 환자가 없는 시간대에 투석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결국 자가격리 10일 만에 투석 후 지혈 중 심정지가 와 사망했다.
지난 2월 경북 경산에 사는 양모씨도 자가격리 중 투석 병원을 찾지 못했고, 몸에 독이 쌓여 사망했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는 “코로나19의심환자 경우 격리 투석실이 마련돼 있지 않아 곤란한 상황”이라며 “특히 현재 지역감염이 퍼지고 있는 광주나 전남지역 신장 장애인들은 자가격리자가 될까봐 거의 외출을 하지 않은 채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자신이 다니는 병원에 확진자, 의심환자, 자가격리자가 나올 경우 투석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가 어렵고, 찾더라도 바로 투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투석이 필요한 환자는 보통 주 3회 투석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하루에 1500~2000cc의 소변을 보는데 스스로 배출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이틀만 밀려도 이 소변이 쌓여 체중이 3~3.5kg 정도 불어난다고 한다.
한국 신장장애인협회 관계자는 “투석을 받지 못하면 폐에 물이 차 호흡곤란이 올 수 있고 요독이 쌓여 신장뿐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손상을 준다”며 “출혈이 나면 잘 멎지 않고 각혈도 할 수 있기 때문에 5일만 투석을 받지 못해도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