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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폭파 18일만에…이종석 "아예 서울·평양에 대표부 두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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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북정책 관련 강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북정책 관련 강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18일 만에 외교적 준(準) 공관의 성격을 갖는 '대표부'를 서울과 평양에 설치하자는 주장이 3일 여당 주최 강연회에서 나왔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참석한 강연에서 "개성 연락사무소 파괴는 불행한 사건이지만, 서울과 평양에 대표부를 두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북한의 도발로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거꾸로 남북이 만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은 '연락사무소 같은 소통 구조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며 "그러니 이번에 (남북 정상이) 만나면 서울과 평양에 대표부를 만들어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막가파'가 아니다"라며 "이런 정도 이야기하면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 전 장관은 여권의 외교·안보 정책 '멘토'로 불린다. 북한의 도발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 원로 오찬 간담회에도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관계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이날 강연을 주최한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개진된 의견을 정리해서 청와대 외교안보실과 민주당 정책위에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주요한 이유로 '대북전단 살포'를 꼽았다. 이 전 장관은 "대북전단이 우리가 생각할 때는 별것 아닌 느낌이지만, 비교적 작다고 생각되는 합의도 이행하지 못했을 때 그것이 가져올 손실과 위기는 막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전단 살포 가능성과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알고 있었다"며 "정부의 예방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북한과의 합의 사안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대북전단 금지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전 장관은 "남북관계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대북) 전단"이라며 "마무리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보류'라고 했다"며 "국회에서 대북전단 금지법을 정확히 제정하고 끝내야 (남북관계 위기가) 끝난다. 우리가 끝났다고 생각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최근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낸 회고록을 언급하며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키고자 했던 것이 한국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한미 역할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만 결정할 수 있다고 느끼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이제는 강하게 밀어붙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초청 강연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초청 강연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장관의 강연을 1시간 가까이 경청한 이낙연 의원은 이 전 장관의 대안에 대해 "현안에 관해서까지 뚜렷한 대안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북한에 대한 의료 지원, 서울·평양 대표부 격상 제안 등을 언급하며 "이것이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인 이 의원은 "외교·안보에서도 여당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까지 외교·안보 분야는 여당이 정부의 응원단과 대변인단 역할을 했는데, 생산적 협력 관계가 되어야 한다"면서 "그런 역량이 상당히 갖춰졌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향후 당 대표가 되면 외교·안보 정책에서 여당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의원은 오는 7일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힐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오현석·김홍범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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