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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의료시대 현장을 가다] 고열치료

중앙일보

입력

인간의 체온은 섭씨 36도.

수백만개의 땀샘을 동원해 자나깨나 이 온도를 유지한다. 신진대사가 가장 원활하게 돌아가는 최적 온도다. 몇 시간만 40도를 웃돌아도 생명이 위태롭다. 단백질이 굳어지는 등 세포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계에 등장한 고열요법은 이를 응용해 불필요한 조직에 열을 가해 제거하는 치료법. 가장 각광받는 고열요법은 90년대 초 국내 의료계에 처음 도입된 전립선비대증의 고열치료다.

전립선비대증이란 고령 남성의 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질환.

고열치료는 요도를 통해 가느다란 도관을 전립선 부위까지 삽입한 뒤 레이저나 극초단파를 이용해 비대해진 전립선을 태워 없애는 방식이다. 60도의 열을 15분 가량 가한다.

한강성심병원 비뇨기과 최낙규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의 고열치료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 이라고 설명했다.

요도를 통해 도관을 삽입해 칼로 전립선 조직을 긁어내는 기존 경요도절제술의 경우 시술자의 85%가 성행위 때 정액 배출 장애를 초래한다는 것.

최교수는 "고열치료의 경우 정액배출 장애가 7~10%로 줄어든다" 며 "60세 이전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시작된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경우 왕성한 성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면 고열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고 강조했다.

전신마취가 부담스러운 80세 이상 고령노인, 전립선염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부분마취 하에 외래에서 시행되며 전체 시술시간은 1시간. 45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이화의대 동대문병원 비뇨기과 권성원 교수는 "기존 경요도절제술보다 치료효과가 떨어지며 시술 후 조직을 얻지 못해 전립선암을 놓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제한된 환자를 가려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스크도 고열치료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느다란 도관을 등의 피부를 통해 디스크까지 찔러 넣은 뒤 90도 고열을 16분간 가한다.

고열로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을 죽이고 디스크 껍질과 인대를 단단하게 만들어 디스크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돕는다.

1997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디스크 고열치료는 최근 국내 의료계에도 도입돼 시술 중이다.

성베드로병원 신경외과 윤강준 원장은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1만5천여명에게 시술돼 80%의 치료효과를 얻었다" 며 "흉터가 생기지 않으며 수혈이 필요없고 1시간 남짓이면 시술이 끝나고 외래에서 치료가 끝나는 것이 장점" 이라고 설명했다.

단점은 심하게 튀어나온 디스크엔 효과가 적다는 것. 우리들병원 신경외과 안용 과장은 "디스크 고열치료는 튀어나온 유형의 디스크보다 디스크 내부에 균열이 생긴 퇴행성 디스크에 효과적" 이라며 "검사전 균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과 디스크 조영검사를 따로 받아야 한다" 고 설명했다.

퇴행성 디스크의 경우 디스크 수핵이 많이 튀어나오지는 않았지만 디스크 내부의 균열로 통증이 심하다.

다리가 저린 증상보다 허리가 주로 아픈 것이 특징.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1백5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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