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합당 "여성도 챙기는 정당으로"…'스토킹 처벌법' 당론화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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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언론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국회에서 언론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불법 촬영이나 딥 페이크(deep fake·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기존 영상에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부위를 합성) 영상물까지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스토킹 처벌법’을 발의한다.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 당 정강·정책에도 성 평등과 여성 안전 등과 관련한 내용을 대폭 반영하기로 했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정책 등도 획기적으로 반영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통합당 의원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및 절차 등에 관한 법률안'(스토킹 처벌법)을 이번 주 중 대표 발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남인순·정춘숙 의원이 이달 초 각각 발의한 법안보다 스토킹의 정의를 더 넓게 확대한 것이 골자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해당 법안에 따르면 카메라 등 디지털 장치를 이용해 신체를 촬영 또는 녹화하거나 해당 촬영물을 퍼트리는 행위, 그리고 반포를 목적으로 얼굴·신체·음성 등을 합성(딥 페이크 음란물)하는 행위 등도 ‘사이버 스토킹’의 일종으로 보고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안 내용을 보면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우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반적인 스토킹 행위에 대해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내릴 수 있지만, 그 행위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주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 스토킹의 예방·방지 및 피해자 보호·지원 장치 마련과 이를 위한 예산 지원 등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도 법에 명시했다.

김 의원은 “기술 발전으로 미행과 같은 물리적 스토킹보다 사이버 스토킹 피해 사례가 더 많고 n번방 사건의 경우도 그랬다”며 “이런 법안들은 마치 진보 정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용”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스토킹 처벌법 통과는 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해, 발의 후 당론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크다.

스토킹 처벌법을 대표발의하는 김영식 미래통합당 의원. [김영식 의원실 제공]

스토킹 처벌법을 대표발의하는 김영식 미래통합당 의원. [김영식 의원실 제공]

스토킹 처벌 관련 법은 지난 15대 국회 때 김병태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 처음 낸 이후, 국회마다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20여년간 폐기된 법안만 수십건이다. 그 중 통합당의 전신인 보수정당 소속 의원이 낸 법안은 단 한 건(20대 국회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통합당 관계자는 "스토킹 처벌법이 여성만을 위한 법은 당연히 아니며, 남성도 스토킹 피해를 당하지만 실제 피해자는 여성이 절대다수인 상황이라 여성들이 특히 관심을 가졌던 법"이라며 “그동안 보수정당은 이와 같은 여성 대상 범죄와 관련한 법안까지도 '성 대결' 이슈로 취급해 등한시하거나, 민주당 등 진보정당의 정책으로만 생각해 외면하는 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총선 패배 이후에는 여성·청년이나 소수자 관련 이슈도 우리 걸로 만들기 위해 파격적인 시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을 들이고 있는 정강·정책에 '친여성'과 '성 평등' 관련 키워드 등이 대폭 담길 예정이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여성 안전, 성 평등, 성 관련 범죄 처벌 등에 있어 그동안 보수정당이 견지해 온 틀을 과감하게 벗어난, 파격적인 내용도 얼마든지 정강·정책에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여성의당, 녹색당, 기본소득당 관계자들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스토킹처벌법 제정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여성의당, 녹색당, 기본소득당 관계자들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스토킹처벌법 제정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직후부터 통합당의 취약 지대인 여성·청년을 집중적으로 챙겨야 한다는 쇄신 방안을 강조해 왔다. 비대위 구성 역시 당연직을 제외한 6명의 비대위원 중 5명을 여성과 청년으로 채웠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여성 등 당이 사실상 외면해 온 계층에 대해 말 그대로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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