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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사태 먼저 겪은 한전, 기존 직원들 월급은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공항 사장의 회견장 입장을 막으며 항의하는 직원들. 뉴시스

인천공항 사장의 회견장 입장을 막으며 항의하는 직원들. 뉴시스

“기존 직원의 급여와 복지수준은 하향평준화, 정규직 전환된 1900명은 상향평준화 될 것.”
지난 25일 한국전력공사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라온 이 글을 본 한전 직원 A씨는 바로 공감 버튼을 눌렀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전망을 담은 글인데, 본인이 겪고 있는 일과 비슷하다고 느껴서다.

[기업딥톡25] 다른 기업에도 있다, "내 월급 줄어든다" 불만

A씨는 “우리 회사도 최근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많았는데, 이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커졌는지는 몰라도 각종 수당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최근 3년간 8200명의 비정규직과 하도급 직원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공공기관 중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가장 많다.

A 씨는 “‘업무 시간 외 근무를 최소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초과근무 수당을 포함한 다른 일부 수당도 줄면서 실질적인 월급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월급이 줄었다'는 생각 때문에 최근 정부 정책 영향으로 정규직이 되신 분들에 대한 기존 직원들의 눈길이 차갑고, 솔직히 나 또한 불만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한전은 "비정규직 직원은 모두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시간 외 근무 최소화 방침은 주52시간 체제 준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불편한 관계 분명히 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의 정규직화 논란인 이른바 ‘인국공 사태’는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각 직장 내에서도 최고 화제가 됐다. 특히 공공기관 직원들은 각자 본인 회사 사정과 비교하며 이번 논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구본환 인천공항 사장이 직원들의 항의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구본환 인천공항 사장이 직원들의 항의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 차장급 B 씨는 “인천공항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나 같은 기존 정규직과 새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신 분들과의 불편한 관계가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도공은 요금소 수납 직원 5000여명을 자회사(한국도로공사서비스) 정규직으로 채용했는데, 도공 본사에 직접 고용되길 원하는 수납원 1400여명은 도공 소속으로 입사했다.

B 씨는 “수납 업무는 자회사가 하도록 규정을 정해놨기 때문에 본사에 직접 고용되신 종전 수납원들은 다른 업무를 해야 한다”며“그분들은 당장 직무를 바꾸는 데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고용 형태 전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같은 기존 직원 사이에선 ‘그러면 자회사로 가지 왜 본사로 와서 분위기를 망치냐’는 뒷말까지 도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사기업에서도 수근수근 

사기업에서도 인국공 사태 때문에 다시 주목을 받는 동료 직원들이 있다고 한다. 자동차 부품업체의 과장급 직원 C씨는 “단순 비교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걸 안다”는 전제를 단 뒤 “우리 회사에선 일명 ‘낙하산 직원’에 대해서 수군대는 분위기가 다시 생겼다”고 전했다. C 씨에 따르면 이 회사에선 과거 고위층이 본인 재량으로 직원 한 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는데, 이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준 뒤 그 고위층이 최근 회사를 떠났다. C 씨는 “이렇게 '위에서 꽂는' 방식으로 채용 시스템을 망가뜨려도 되는 거냐는 불만이 나온다"면서 "공개된 채용 절차를 거쳐서 들어온 사람들 입장에선 박탈감이 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노조의 25일 청와대 인근 기자회견. 뉴스1

인천공항 노조의 25일 청와대 인근 기자회견. 뉴스1

"업무 평가에 따른 공정한 처우 필요"
이 같은 불공정 시비가 해결되지 않은 직장 환경에선‘노-노(勞-勞) 갈등’이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온다. 조직 내 인화나 기업 문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채진원 경희대학교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급여 처우 개선이 가장 중요한 건데,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슬로건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는 바람에 노노 갈등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직원의 처우가 노력과 실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공감대가 직원들 사이에 형성돼야 이런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도 "시험이 가장 공정한 절차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천공항 사례와 같은 전환 방식에 대한 반발도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시험 중심의 직원 선발 방식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각 직무에 적합한 공정한 직원 선발 및 업무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인천공항 사태와 같은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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