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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체내 흡수율 향상, 항산화 효소 증가…녹용 효능 극대화하는 발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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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발효 녹용의 건강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인류와 바이러스라는 미생물의 전쟁인 셈이다. 하지만 인류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미생물을 일상에서 잘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방식이 발효다. 인류는 경험을 통해 발효와 부패의 미묘한 경계가 발효균과 부패균의 증식 환경이라는 것을 터득했고, 식재료에 적용했다. 발효는 약(藥)이 됐고 부패는 독(毒)으로 남았다. 즉 발효는 건강 가치를 극대화하는 화학적 재가공인 셈이다.

수십 배 고농축해 약효 휘발 방지 #전분 분해, 당 생성으로 쓴맛 줄어 #농약·중금속 같은 독성 제어 가능

발효의 적용 대상은 식재료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약재에서도 발효는 가치를 그대로 발휘한다. 녹용이 대표적이다. 발효를 만난 녹용은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녹용은 예로부터 보약의 대명사로 통한다. 인삼·동충하초와 함께 ‘3대 보약’ 중 하나다. 허준은동의보감』에서 녹용에 대해 “크게 소모된 몸의 기운을 북돋워 재생력과 면역력을 강화하고 생성된 기운을 끌어올려 힘이 나게 한다”고 적었다. 중국 명나라 약학서본초강목』에는 “정과 수, 음과 혈을 보하며 병후 원기 회복과 허약한 사람, 폐결핵, 폐 기능 강화에 효험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녹용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한약재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 유효 성분 함량 88.6% 늘어 

이런 녹용도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 그 가치가 극대화한다. 사실 발효는 한의학에서 한약을 만드는 방법의 하나로 오랫동안 적용해 왔다. 지금도 ‘발효 한약’이라는 분야로 존재한다. 한약재를 특정 조건에서 발효시켜 원래의 성질과 효능이 효소 등 미생물에 의해 변화해 증강되거나 새로운 효능이 생기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한약을 말한다.

녹용을 발효하면 다섯 가지 측면에서 이로워진다. 우선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녹용을 발효하면 세포 간 결합이 끊어지게 되는데, 이때 세포 속 유효 성분까지 추출되면서 추출률이 90% 이상으로 높아진다. 그리고 입자가 더 잘게 쪼개져 체내 흡수가 용이해진다.

둘째, 기존에 녹용이 가진 효능을 극대화한다. 발효는 80도 이하에서 진공 감압으로 농축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약효가 휘발되는 것을 막기 때문에 수십 배 고농축된 상태의 녹용을 얻을 수 있다. 셋째, 효소의 효과다. 발효 과정에서는 항산화 효소가 많이 생기는데 이는 피부 개선, 노화 예방, 혈액 및 체내 노폐물 정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째, 발효 과정에서 체내 흡수율이 떨어지는 전분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고 당이 만들어지면서 쓴맛이 줄고 풍미가 개선된다. 다섯째, 농약과 중금속 걱정을 덜 수 있다. 발효 시에는 미생물 발효와 두 차례에 걸친 정밀 여과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농약 성분과 중금속 등 독성을 제어할 수 있다.

그러면 발효 녹용은 실제로 그만큼 효과가 있을까.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녹용의 대표적인 유효 성분인 강글리오사이드 함량이 일반 녹용보다 높다. 발효 전 7.9㎍/ml였던 강글리오사이드 함량은 발효 후 14.9㎍/ml로 88.6%나 증가했다. 강글리오사이드는 체내 노폐물과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하는 성분이다. 신경세포, 특히 뇌 회백질에 풍부하다. 녹용이 뇌세포 발달과 혈행 개선,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조골세포 등 성장 촉진에 관여하는 판토크린 함량도 발효 전 211.1㎍/ml에서 발효 후 276.8㎍/ml로 31.1% 증가했다.

또 경희대 약대 연구팀이 장내 유산균에 미치는 발효 녹용의 영향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 쥐의 장내 유산균 비율은 16%였고 일반 녹용을 투여한 쥐의 장내 유산균 비율은 26%였으나, 발효 녹용을 투여한 쥐의 장내 유산균 비율은 37%에 달했다.

면역력 증진, 발암 억제 효과 밝혀져 

면역력 증진, 발암 억제 효과도 입증됐다. 경희대 약대 연구진은 대장암에 걸린 쥐를 세 개 군으로 나눈 뒤 각각 사료에 녹용 추출물과 발효 녹용 추출물을 섞어 8주 동안 섭취하도록 하고 나머지 군에는 사료만 줬다. 그 결과, 대장암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섯 가지 이상의 병소 생성 억제 효과가 발효 녹용 투여군에서 가장 우수했다. 연구진은 “발효 녹용이 대식세포의 기능을 촉진하고 염증 반응을 증진하는 면역 체계(보체계)가 활성화하는 것을 도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반 녹용에는 이 같은 활성 유도 인자가 없었다. 연구진은 “녹용을 발효시킴으로써 녹용 중 생리활성 물질이 보다 많이 추출되고 발효에 의해 새로운 생리활성 물질이 생성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효 효과는 발효 시 사용한 종균(種菌)에 따라 달라진다. 발효 녹용의 효능을 충분히 얻으려면 버섯 균사체에서 선별한 독특한 종균(바실루스 리체니포르미스)으로 발효시키는 것이 좋다. 다른 종균은 균사체의 밀도가 낮아 발효가 잘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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