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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 파랍’의 祝祭

중앙일보

입력

글 곽대희 피부비뇨기과 원장/일러스트 조태호

미국이나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 발행되는 언더그라운드 뉴스 페이퍼 등에는 성을 거래하는 내용의 광고문이 자주 실린다. ‘당방은 37세와 32세의 백인 부부, 파트너 교환을 희망하는 사람은 000-0000으로 연락바람’따위 등 결혼의 신성함을 파괴하는 비도덕적 내용의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다.

K모 클리닉을 찾은 어떤 샐러리맨은 직장 동료의 부탁으로 그 동료 부인과 청부성교를 즐기다 깊은 정신적 상해를 입어 비뇨기과와 정신과를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대인의 성적 문란을 인류학자인 바초펜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남자는 어떤 특정한 여자와의 관계를 영구히 계속하지 않고 동물처럼 자연 본능을 만족시키려 한다.”

원시인 시절의 인간은 가장 강한 남자만이 예쁘고 매력 있는 여성을 차지했고 또 남자의 기분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섹스의 혼란은 동물과 거의 다름이 없었다. 그러다 원시공유제를 거쳐 형제자매혼 그리고 일부일처제로 변모하게 되었다고 인류학자들은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오늘날 보는 일부일처제는 법칙으로 강제성을 띠도록 한 형태다.

일찍이 미개사회인 아프리카의 부시맨, 오스트레일리아의 카밀라오이족, 인도의 토티알족, 아메리카 인디안족 중 하나인 쿠친족 등은 모두 난혼의 사회였다. 그 때문에 그들의 언어 중에는 가족이나 결혼을 의미하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그들은 새처럼 혹은 가축처럼 수중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여자를 빼앗고 여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다가 싫증나면 쫓아냈다. 이런 난혼이 발전한 것이 부녀 공유제였다. 이것은 성인은 각각 배우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미혼 남성은 처녀들을 공유해 누구나 자유롭게 섹스를 즐기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리고 점차 관계가 발전해 굳어지면 결혼이 성립돼 자유연애는 저절로 없어져 버린다.

이런 기이한 성풍속은 현대문명 사회에서도 히피나 일부 유사종교 집단 사회에 그대로 전수돼 일정한 가족관계가 없는 동거의 형태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현대적 모럴로는 이해하기 힘든 혼인의 형태는 그밖에도 많다. 이를 테면 제례혼과 계혼이다.

일부 원시사회의 제례혼은 인류가 태동되던 시기에 성행했던 1년에 한 번밖에 교미기를 갖지 않았던 계절혼의 잔재라고 볼 수 있다. 지금도 야생동물 사회에선 따뜻한 봄철에 발정기가 도래, 짝짓기 행사가 벌어진다. 바로 그와 비슷하게 오스트레일리아나 아프리카 원주민 사이에서는 아직도 계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1년에 한 번의 교접기밖에 향유하지 못하는 미개인들이 살고 있다. 인구통계상 판명된 사실이지만 출산기가 2, 3월에 피크가 되는 것은 봄에 교접기를 거치기 때문에 수태능력이 증진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사이에는 1년 중 음식물이 풍부하고 따뜻한 시기에 제례혼이 행해진다. ‘카로’라고 불리는 대제례는 완전히 광란의 축제가 되어 남자들은 손에 창을 들고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전사의 춤을 추고 여성기를 상징하는 움푹 패인 땅에 창을 꽂아 세우며 성교를 암시하는 동작을 연출한다. 그리고 춤과 노래가 끝나면 광란의 광경이 전개된다. 남녀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정력이 고갈될 때까지 난행을 계속한다.

인도 자이플의 새봄맞이 제례도 똑같은 형태로 진행된다. ‘마그 파랍’이라 불리는 축제가 그것으로 한달 동안 ‘남자는 여성에 대한 예절을 버리고 여성은 정숙함을 잃고 미친 듯이 정욕을 탐하는 것’이다.

남아메리카 페루 동부의 원주민들은 12월, 파르토라는 과일이 익을 무렵 제례에 참가하는 젊은이들은 5일간 목욕재계하고 소금이나 후추를 먹지 않으며 사육제에 대비한다. 축제 첫날이 되면 남녀 모두 완전 나체가 되어 일정한 장소에 모여 신호와 함께 일제히 앞에 있는 언덕을 향해 달린다. 달리기하던 남자들은 아가씨들을 붙잡아 그 자리에서 교접을 한다. 이 제례는 6일간의 낮과 밤 동안 치러지는 대행사라고 한다. 이러한 제례혼은 미개사회 뿐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에서 이시스신의 제례이서도 볼 수 있다. 부인들은 남성기의 신상을 어깨에 메고 원을 만들어 도는데 70만 명의 신도들이 광란에 몸을 맡겼다고 역사가 뒤포는 기록해 놓았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7월 미리타여신의 제례에는 무제한의 난행이 5일간 행해졌다. 또한 브라질에서 3월 첫주에 시행되는 삼바 축제 등 모든 사육제란 것들도 이들 제례혼의 답습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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