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산책] '리틀 숍 오브 호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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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브로드웨이 52가에 위치한 버지니아 극장에서는 뮤지컬 '리틀 숍 오브 호러스'(Little Shop of Horrors)가 공연에 들어갔다. 그에 앞서 한달간의 프리뷰 동안 이 극장의 분위기는 마치 '프로듀서스'나 '헤어스프레이'의 프리뷰 기간을 연상시킬 정도로 대박 조짐이 보였다. 거의 매진된 좌석에 두시간 내내 '리틀 숍'을 채운 건 공포가 아닌 폭소였다.

이 작품은 1982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수년간 장기 흥행을 기록했던 뮤지컬 코미디로, 리바이벌돼 브로드웨이 무대에 처음 섰다.

오프에서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작은 규모를 극복하는 '핵폭탄' 같은 재미를 갖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흡인력 강한 배우들이 아니라면 애초부터 브로드웨이급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쇼를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그렇다. 도심 속의 식인 식물이라는 엽기 소재에 상상을 초월하는 결말, 다섯명의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스토리는 이 작품을 또 하나의 오프 브로드웨이 출신 히트작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캐스팅도 환상적이다. 우유부단한 꽃집 점원 시모어 역에 '유린타운'의 남자 주연이었던 헌터 포스터, 그의 연인 오드리 역에 '헤어스프레이'의 페니를 맡았던 케니 버틀러 등 주역들은 마치 이 작품을 위해 태어난 듯 신들린 폭소 연기를 보여준다. 게다가 특수장치로 조종되는 사람 크기의 거대한 식물 인형이 "먹을 걸 다오(Feed me)!"를 외치며 커다란 입을 쩍쩍 벌리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 작품의 성공은 쇼의 규모에서도 감지된다. 불과 여덟명(배우 4명.인형 1명.코러스 3명)이 출연하는 이 작품의 총 제작비는 대형 뮤지컬의 절반 수준인 6백만달러지만 티켓 가격은 90% 수준이다. 연극을 주로 상연해 온 버지니아 극장 또한 작품의 아담한 세트에 어울리는 이상적인 무대다. 이 작품이 지금처럼 계속 인기를 유지한다면 내년 토니상의 유력한 후보가 될 것 같다는 성급한 기대를 품는다. 한국의 공연기획사 제미로가 제작비의 9%를 투자한 작품이기도 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www.nyl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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